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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일이 있어도 2·14 전당대회는 치러야 한다'
8일 한 자리에 모인 열린우리당 의원과 각 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의 표정에는 절박감이 묻어있었다. 이날 유선호 의원의 탈당으로 열린당의 의석수는 109석으로 줄었다. 또 언제 누가 탈당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날 열린당은 궂은 날씨 속에서 '열린당 제3기 당원협의회(당협) 출범대회'를 열었다. 사실상 14일 전당대회를 위한 집안단속 차원의 행사다.
이날 행사엔 총 243곳 중 170여 곳의 당협위원장이 참석했다.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이다. 절박감 만큼이나 이들의 표정에선 '어떻게든 살려보자'는 초조함도 묻어났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서영교 부대변인은 참석자들과 인사하며 "(오느라)고생 많았다. 당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고, 박현무 조직국장은 "제주도와 부산에서도 다 올라왔다. 의장과 최고위원들은 행사 끝나고 바로 대구·경북 지역 순회일정이 있어서 그 지역은 좀 덜 왔을 것"이라며 참석한 당원들이 어수선한 탈당분위기에 자칫 동요될까 걱정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김근태 "어렵지만 돌파하자. 탈당은 잘못한 것"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근태 의장은 당의 어려운 현실을 호소하며 포기하지 말자고 주문했다. 또 탈당파 비난도 잊지 않았다. 김 의장은 "당이 어려운 게 사실지만 우리의 임무를 포기할 순 없다"며 "정세균 당의장 후보와 김성곤·김영춘·원혜영·윤원호 최고위원 후보, 그리고 여러분이 지혜와 마음을 모으면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6일 탈당한 23명의 마음은 이해하나 바른 선택은 아니다"면서 "국민이 선택해준 원내 제1당의 지위를 무너뜨렸고 정당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무시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열린당의 실패가 두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더 두려워해야할 것은 민주세력이 무책임하다, 무능하다는 결론"이라고 강변했다. 또 "2·14 전당대회가 원만하고 성공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문희상 "이대로 죽을 순 없다. 한심하고 답답하다"
이어 문희상 전 의장은 "이대로 죽을 순 없기 때문에 내 힘을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여당을 탈당하는 게 노무현 정부의 탈권위주의가 아니었으면 가능했겠느냐"는 '엉뚱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민주개혁세력이 무능세력으로 도태되지 않으려면 대통합신당이 유일한 탈출구"라며 "어렵게 민주적 절차를 거쳐 합의를 이뤄낸 만큼, 힘을 합쳐 미래로 전진하는 길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책임있게, 대통합의 밑거름이 돼, 반드시 성공하겠다"
정세균 차기 당의장 후보는 "언론이 전대 성사 여부를 많이 걱정한다"면서 "나는 문제없다고, 남은 의원들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쳤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열린당은 평화민주개혁세력의 정통성을 이은 정당"이라고 주장하면서 "스스로 분열해서 2당으로 전락한 것은 어떤 명분과 어떤 이유로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임시 당의장까지 했기에 당에 무한책임이 있다. 의장이 되면 '책임있게 일한다', '대통합의 밑거름이 되겠다',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세 가지를 약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2·14 전대는 성공한다고 확신한다"면서 "전대 성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거기서부터 새로운 장정을 시작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전대 성공개최로 대선 승리를 위한 굳건한 토대를 만들어야 하고, 여세를 몰아 내년 총선에서도 압도적인 세를 모아야 한다"면서 "다시 원내 제1당을 탈환해야하고 그 일은 여러분과 내가 함께 해내야 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원혜영·김성곤·김영춘·윤원호 의원 등도 시종 비장한 표정으로 당의 어려운 현실을 호소했다. 먼저 원 의원은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은 다하고, 침몰하더라도 추하지 않은 자세로 마무리하겠다는 자세로 당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침몰하는 배에는 떠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라며 탈당파를 비판했다. 김성곤 의원은 "'필사즉생 필생즉사'라고 생각한다. 죽기로 작정하고 싸워 꼭 살아남는 당이 되자"고 말했다. 그는 또 "모두 노무현 대통령탓, 언론 탓, 지도부탓 등 남탓을 한다. 이젠 내탓하면서 반성하자"고 주장했다.
김영춘 의원은 "요즘 내 개인의 정치적 진로를 걱정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당황스럽고 때론 모욕감도 느끼지만 내 정치적 진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더 나아진 것이 없는 서민들의 삶 속에서 열린당은 송두리째 외면받았다"면서 "깊은 반성 속에서 열린당과 참여정부는 버릴 것과 챙길 것을 분명히 하고, 새로운 탄생을 위해 일체의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노 성향의 윤원호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도 노 대통령을 두둔했다. 그는 "6일 탈당한 23명이 창당동지냐. 동지라면 어려울 때 위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면서 "아버지가 사업 부도나면, 자식이 학교에서 왕따 당하면 버릴 수 있느냐. 노 대통령이 성공해야 열린당도 성공하고, 우리도 성공한다. 노 정부가 성공하는 정부가 되도록 열정을 모으는 데 일조하겠다"고 주장해 자타공인 '친노'의원임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는 이들 외에도 김혁규 김부겸 선병렬 조정식 우상호 우원식 한병도 김영주 최규성 유인태 김진표 최철국 지병문 배기선 의원과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