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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부가 정체성 논란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대권 밥상'은 아직 받지 않았다며 당의 자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나라당 김정권(경남 김해갑)의원은 4일 당 홈페이지 국회의원 발언대에 '삼국지의 칠보시를 되새기며'라는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탈당 사태를 볼 때 눈을 안으로 돌려야 할 위기"라며 "우리 모두 대권이라는 '밥상'을 이미 받아놓은 듯한 자아도취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탈당을 만류했지만 탈당을 가장 먼저 제안한 쪽도 실행한 쪽도 오히려 대통령 직계라는 점, 그 이면에 치밀한 계략이 숨어있다"면서 "이렇다 할 대선주자를 확보하지 못한 여당측이 '위장이혼'을 통해 복수의 대권후보를 만들어낸 후 막판에 가서 '대통합-후보 단일화'라는 반전카드를 들고 나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집안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 분당을 통한 가지치기로 교란작전을 구사하는 여당이 시사하듯이, 후보가 결정되는 순간까지는 우리도 여러 대선주자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며 "당에서 공약을 발굴검토하고, 당 차원의 대승적 전략으로 '큰 싸움'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실려있는 '칠보시'는 조식이 지은 시로, 조조의 뒤를 이은 둘째 아들 조비가 동생 조식에게 "일곱 걸음 안에 시 한 수를 짓지 못하면 국법으로 다스리겠다"고 핍박해 탄생했다. 김 의원은 이를 인용해 당의 내부갈등과 후보간 비방전을 우려했다.
▲아래는 김정권 의원이 올린 글 전문<삼국지>의 ‘칠보시(七步詩)’를 되새기며
존경하는 동료의원 여러분!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이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기획탈당’ 사태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대표적 친노인사인 염동연의원, ‘노무현 대선 후보’를 만들어 낸 일등공신이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참여정부 법무장관을 지낸 천정배의원까지 ‘친정’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2일 아침에는 경기도 안산시의회 의원 8명이 집당탈당해, 사태가 지방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돌아올 항구도 없이 바다를 떠돌던 열린우리당호의 뱃전이 파도 속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남의 ‘불행’을 구경하는 사이에 우리 내부가 곪아가고 있지나 않은지 눈을 안으로 돌려야 할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몇 마디 고언을 올립니다.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에 나오는 고사로 글머리를 열겠습니다.
煮豆燃豆?/豆在釜中泣(자두연두기/두재부중읍)
本是同根生/相煎何太急(본시동근생/상전하태급)
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으니/솥 안의 콩이 눈물짓는구나.
본시 한 뿌리에서 났거늘/어찌 이리 세차게 삶아대는가.
아시다시피, 조조의 아들 조식이 지은 오언시입니다. 조조의 뒤를 이은 것은 둘째 아들 조비였는데, 그는 왕위에 오른 후 위협적인 존재인 동생 조식에게 억지 구실을 붙여 “일곱 걸음 안에 시 한 수를 짓지 못하면 국법으로 다스리겠다”고 핍박합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이 ‘칠보시’입니다.
이 고사를 떠올린 것은, 며칠 전 한 통의 우편물을 받고나서입니다. 아마 동료의원 여러분께도 배달되었을 것입니다. 인천광역시 중구 중앙동의 어느 사무실을 발신지로 하고 실명과 전화번호까지 밝혔지만, 전형적인 ‘괴문서’입니다. 특정 유력 대선주자를 겨냥해 치졸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인신공격으로 일관한 그 문서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번 일은 ‘콩깍지로 콩을 삶는’ 본격적인 비방전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예고편입니다. 또, 이런 분위기를 틈타 타당이 교묘한 이간계를 펼쳐서 자중지란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주자들간의 가시 돋친 설전과 대선주자 팬카페들 사이의 비방전은 당에 대한 자해행위요, 공멸(攻滅)도 불사하겠다는 극단적 악수(惡手)입니다.
선후배 의원 여러분,
원외 위원장과 당원 동지 여러분.
우리 모두 대권이라는 ‘밥상’을 이미 받아 놓은 듯한 자아도취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합니다. 아니, 그 전에 열린우리당의 탈당사태에 어떤 전략이 숨어 있는지부터 살펴봅시다. 일사불란한 탈당 움직임, 대통령은 탈당을 만류했지만 탈당을 가장 먼저 제안한 쪽도 실행한 쪽도 오히려 대통령 직계라는 점, 그 이면에 치밀한 계략이 숨어 있습니다. 이렇다 할 대선주자를 확보하지 못한 여당측이, ‘위장 이혼’을 통해 복수의 대권후보를 만들어낸 후 막판에 가서 ‘대통합-후보 단일화’라는 ‘반전(反轉)카드’를 들고 나오려는 것입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이미 경험한 일입니다. 이번에는 더욱 치밀하고 교묘해진 점이 다를 뿐입니다. 여당의 기획이 성공해 국민들의 이목을 모을 경우, 우리에게는 상황을 주도할 카드가 없습니다. 결국 이번 대선 승부도 박빙으로 흐를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됩니다. 콩깍지로 콩을 삶는 ‘집안싸움’을 해서는 더욱 안 됩니다. 분당을 통한 가지치기로 교란작전을 구사하는 여당이 시사하듯이, 후보가 결정되는 순간까지는 우리도 여러 대선주자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합니다.
편이 갈리고 당내 경쟁이 조기에 과열되면, 대선 주자들은 결과에 승복하더라도 ‘너무 멀리 나간’ 열성 지지자들이 쉽게 앙금을 털고 ‘결승전’에 합류해 우리 후보를 지원할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습니다.
무분별한 대립은 물론, 성급한 ‘정책대결’조차도 우리의 전략을 노출하고 전력을 소모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습니다. 당에서 공약을 발굴검토하고, 당 차원의 대승적 전략으로 ‘큰 싸움’을 벌여나가야 합니다. 당이 중심이 되는 선거체제만이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 2. 4.
국회의원 김 정 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