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30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묻지마 정계개편’>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5년 전 대선 정치판으로 되돌아가보자. 2002년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큰 바다 정책’을 기억하는가. 바다에 그물을 치고 쓸어담듯이 민주당과 자민련의 철새 정치인들을 마구잡이식으로 끌어온 ‘묻지마 영입’. 이회창 주변의 책사들은 충성경쟁하듯이 철새 정치인들에게 돈, 감투, 공천을 내락하고 불러들였다. 몸집을 불려야 대세론을 굳힐 수 있다고 속삭이며. 하루가 멀다하고 철새 정치인들의 목에 화환을 걸어주는 입당식이 열렸다. 대선을 앞둔 1개월여 동안엔 무려 13명의 국회의원이 들어왔다. 어떤 정치 철새는 입당한지 2주만에 국회 상임위원장 감투를 낚아챘다.

    그때도 정치 철새를 받아들이는 ‘큰 바다 정책’은 한나라당을 구태(舊態)정당으로 낙인 찍게 만드는 ‘큰 무덤 정책’이 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회창 대세론에 취한 당내 주류들은 정권을 다 잡은 것처럼 기고만장해서 듣지도 않았다. 그러나 대세론이 굳어진 것이 아니라, 정상배 간의 더러운 담합으로 정권을 찾으려는 이미지만 굳어지고. 여기에 여권 내 책사들이 총동원돼 연출한 김대업 사기극을 라디오와 TV는 하루종일 뉴스 시간대마다 불어대고….

    강재섭은 26일 신년 당대표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은 이번 대선에서 열린우리당 이름으로 심판받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자기가 만든 당에서 탈당 운운하지 말고 끝까지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며 “국민께서 금년을 이당 저당 이사다니는 세력에 대한 ‘대청소의 해’로 삼아달라”고 말했다. 강재섭이 대표 취임 6개월 동안 한 말 가운데 가장 속을 시원하게 한 어록(語錄)? 더 압권인 것은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진 분들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고 쐐기박은 대목이다. 상상해보자. 열린우리당에서 노 정권의 국정 난맥을 부채질해왔던 ‘탈레반’들이 ‘국민 통합을 위해…’라는 느끼한 소릴하며 목에 화환을 걸고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장면을. ‘묻지마 영입’을 하면 지지도가 반토막이 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에선 열린우리당 사람들을 받아들이자는 ‘역(逆)정계개편론’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들부터 외연 확대를 해야 이길 수 있다며. 또 배부른 소리다. 배부르고 부도덕해 보이는 정당엔 대권이 가지 않는다는 경험을 두번씩이나 하고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