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천정배) 때문에 노무현에 줄섰는데…' 

    열린우리당 신기남 전 의장이 탈당 의사를 시사한 뒤 시점을 재고 있는 천정배 의원에게 이같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신 전 의장은 정동영 전 의장, 천 의원과 정치노선을 함께 해온 인물로 열린당의 창당 주역이기도 하다. 신 전 의장은 지금은 당 사수파인 혁신모임에 참여하며 통합신당이 아닌 열린당의 '리모델링'을 주장한다. 

    그런 그가 천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당 잔류를 요구하고 나섰다. 신 전 의장은 26일 '천정배 의원에게 드리는 공개 편지'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따로 가야 한다는 말이냐"며 천 의원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시간, 장소, 토론방식 등 기술적인 것들은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당신이 날 설득시킨다면, 내 생각이 틀렸다는 점만 증명해 낸다면 내가 따라가겠다"고 천 의원을 압박했다.

    신 전 의장은 천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란 점을 강조하며 노 대통령과의 결별에 정당성과 명분이 없음을 주장했다. 

    특히 자신이 노 대통령을 선택한 것도 천 의원 탓으로 돌리며 천 의원의 잔류를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국민경선 전 노무현에 대한 안목을 갖게 해 노무현 후보 만들기에 뛰어들게 한 장본인이 천정배 아니오"라고 따졌다. 이어 그는 "지난 대선 직후 신당 하자는 우리들의 의기투합이 있어 서로를 믿고 탈레반이라는 조롱을 감내하면서까지 열린당을 만든 것 아니냐"고도 했다.

    그는 "당신이 추구하는 길의 성공을 위해, 아니 인간 천정배 자체의 성공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돕겠다. 천 의원이 함께 남는다면 역시 당신이 한국정치를 이끌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거듭 호소했다. 

    또 "우린 생사고락을 함께 하자고 수차례 다짐한 동지고 친구였다. 내가 정치를 하면서 얻은 최고의 수확이 있다면 바로 천 의원과 가꾸어 온 소중한 우정이었다" "당신이야말로 한국 정치계의 빛나는 보배이며 그 찬연한 빛깔이 영원토록 퇴색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천 의원을 한껏 치켜세웠다. 그는 "그동안 나는 대중 앞에서도 '천정배는 무조건 옳다. 성공의 길은 그를 따르는 길'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당신과 영원히 함께할 것임을 단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며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천 의원이 주장한 '베이스캠프로의 회군론'에 대해서는 "우리가 출발한 캠프는 낡은 정치시대 기득권의 철옹성이 아니었느냐. 우리에게 돌아갈 캠프가 도대체 어디 있다는 말이냐"고 반박한 뒤 "토론을 통해 합일점을 찾아보자"며 거듭 당 잔류를 촉구했다. 

    탈당을 기정사실화한 천 의원은 29일 중앙위원회 이후 탈당 시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