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내 ‘잠룡’으로 분류되는 천정배 의원의 고민이 깊어졌다. “잠 한숨도 제대로 못잔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다. 향후 당 진로와 관련, “‘비상한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만큼 당장 탈당시기가 고민인데, 무엇보다도 더 큰 고민은 탈당 이후. 

    당 안팎에선 천 의원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최근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천 의원으로서도 고건 전 국무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호남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당장 당내에선 “(열린당)탈당시기 등의 문제에서부터 정 전 의장(전북 순창 출신)과 천 의원(전남 목포)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정 전 의장이 지난 21일 자신의 팬클럽 출범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강력한 '탈당시그널'을 내보임에 따라 천 의원이 그리던 탈당 이후의 밑그림이 일순간 일그러졌다는 것이다. ·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정·천 양자간에 탈당시기 문제에서부터 신당 창당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노골적 주도권 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는 순간, 차기 대선을 겨냥한 자신의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에 따라서는 탈당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극단적으론 탈당을 포기하는 움직임도 일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탈당 시사)말을 해놨는데, 접을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탈당시기를 역력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고 전 총리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지지도 ‘반사이익’의 여세를 몰아 본격적 호남텃밭 지지세 몰이에 나섰던 정 전 의장이 최근 이렇다할 지지율 상승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향후 천 의원의 행보에 탄력이 붙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20~30명이 무리지어 나가는 ‘기획탈당’을 통한 기선잡기식  세몰이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 의원은 "대통령 때문에 탈당하는 것이라면 내가 당적을 정리하겠다"고 발언한 노무현 대통령의 25일 신년기자회견과 무관하게 기존의 탈당 입장을 고수하면서 29일 중앙위원회의 이후 탈당 선언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 방식은 20~30명이 무리지어 나가는 ‘기획탈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과거 열린당 창당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정 전 의장과 천 의원이 3년이 지난 지금 호남을 놓고 서로 ‘노골적인’ 경쟁 수순에 들어간 양상이다. 이와 관련, 당의 한 재선 의원 측은 “무수한 탈당 예고편만 날리지 말고 탈당을 할려면 빨리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 “무수한 예고편 보다도 화끈한 러브신이 오히려 더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