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이 23일 탈당을 선언했다. 열린당 내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 현역 의원으로서는 임종인 의원에 이어 2번째로 탈당하는 사례를 기록하게 됐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정치적 렉서스(LEXUS)를 꿈꾸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노무현 대통령과 겹쳐서 보이는 열린당이 만든 상품은 그 효능과 품질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외면하는 국민들께 ‘잘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라는 훌륭한 상품을 팔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이 의원은 “그러한 특단 조치의 대전제는 열린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강령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열린당이 죽어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상품의 품질과 상관없이 열린당이라는 상표의 가치를 떨어뜨린 것이 우리 스스로임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그 일을 위해 내가 할 일을 하겠다”면서 “정치의 렉서스를 꿈꾸며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사장, 현대카드 회장 등을 역임한 열린당 내 대표적인 CEO 출신인 이 의원은 열린당 입당 당시를 떠올리면서 “산업화에 말석이나마 참여해서 일한 내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린당에 입당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며 게다가 압축성장이라고 말하는 짦은 기간의 산업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빈부격차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서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열린당에 매료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소회를 고백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런 이유로 열린당에 입당해 ‘잘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과 제도, 정책 등 ‘열린당 표’ 상품을 설계하고 만들어서 시장에 나갔지만, 상품 그 자체에 대한 평가는 뒤로 한 채 ‘열린당 표’라는 이유만으로 시장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면서 “이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렉서스’라는 자동차 브랜드를 언급하면서 “일본의 도요타는 나름대로 자동차를 잘 만들어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고, 여러 테스트를 통해 미국 어느 차보다 호평을 받았지만 ‘일본의 도요타 제품이 별수 있나’라는 인식 때문에 막상 미국 소비자로부터는 호응을 얻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일본산 도요타 자동차 대신, 일제도 도요타도 아닌 ‘렉서스(LEXUS)’라는 새로운 브랜드만을 붙인 고급차로 미국 소비자에 다가갔고, 이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똑같은 일제, 똑같은 도요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새로운 차, 새로운 개념의 브랜드였기에 가능했다. 이런 현상을 마케팅전략으로 극복한 도요타를 보며 나는 열린당을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탈당 선언과 관련, 당내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내보이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29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를 놓고 신당파와 사수파간에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면서 원만한 전당대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탈당 선언은 아쉽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탈당 선언 발표 직후까지도 당 지도부 등과 일체의 상의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CEO 출신이라서 그런지, 결단도 CEO형으로 혼자 깊이 생각한 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임종인 의원에 이어 이 의원까지 탈당을 선언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탈당 러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