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최근 행보가 힘차다. ‘몽골기병’이 되살아났다는 말들도 정치권 안팎에서 슬슬 흘러나온다. 범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였던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정 전 의장 주변의 분위기가 예전과 몰라보게 달라졌다. 활력이 넘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고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나타난 변화다. 당초 2~3%대에 머물던 정 전 의장의 지지율은 고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7~8%대로 상승했다. 고 전 총리와 양분하고 있던 호남지역 지지율도 슬슬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7일 실시한 조사(조사규모 79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에서는 7.4%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정 전 의장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44.8%),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22.5%)에 이어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상승폭도 고 전 총리 불출마 선언 당일인 16일 6.6%에서 17일 7.4%로 뛰어오르면서 무서운 기세다.

    여권 내 또 다른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는 김근태 열린당 의장이 여전히 2~3%대의 지지율 수준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고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정 전 의장에게 기회가 온 모습이다.

    정 전 의장 측도 이 여세를 몰아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분위기다. 정 전 의장은 올 연초 내세웠던 ‘평화와 경제’라는 키워드를 본격화하려는 조짐이다. 자신의 전문가 조직 그룹인 평화경제포럼도 전국적으로 그 세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19일 오전에는 웬디 셔먼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과 면담을 갖는 데 이어 21일 오후에는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리는 당 외곽의 지지모임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 출범식에 참석, 세를 다질 예정이다.

    이어 다음 주에는 곧바로 자신의 지지텃밭이 전북으로 향해 세몰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 전 총리가 빠진 틈을 타, 확고한 지지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25․26일 1박2일 일정으로 전북을 방문해서는 지역의 최대 현안을 살펴보고 지역의 주요인사를 두로 만날 예정이라고 정 전 의장의 측근은 밝혔다. 28일에는 제주도를 찾아 일부 지지자들의 모임 발족식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정 전 의장의 이같은 공격적인 행보가 설 연휴를 전후로 지지율 두 자릿수 기록이라는 ‘기염’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는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범여권의 대선구도도 정 전 의장이라는 구심점을 갖게 되면서 본격적인 대선레이스 국면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들이다.

    이와 관련, 정 전 의장 측근은 19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 전 의장의 향후 행보와 관련, “뚜벅뚜벅 힘차게, 낮은 자세로,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의 길만을 걸어가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 전 의장의 특유의 ‘몽골기병’식 행보로,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살리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정 전 의장에게는 기회가 주어진 동시에 위기도 곳곳의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 정당의 벽이 높아 현실정치의 한계를 느꼈다” “여론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등의 고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정 전 의장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게 당내의 시선들이다. 고 전 총리의 이같은 언급은 당장 정 전 의장과 김근태 의장을 겨냥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자칫 정․김 두 전․현직 의장의 ‘2선후퇴’ 내지는 당 밖의 제3의 후보를 끌어들이기 위한 ‘대선불출마’ 압박 등으로 확산될 조짐이 당내 물밑에서 조심스럽게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호남이 지역구인 당의 한 핵심 의원은 “정․김 두 사람이 신당 등 정계개편 등의 논의에 앞장서는 모습으로 비쳐지면서 “당 밖의 잠재적 예비후보들이 주저하고 있는 게 사실 아니냐”고 했다. 또 “여론은 유동적이며 단순히 추이만을 살펴보는 참고자료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의 지지율 상승이 고 전 총리 불출마 선언에 따른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들이다.

    이와 동시에 고 전 총리 불출마 선언 이후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게 쏠리는 당내 관심도 정 전 의장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손 전 지사에 대한 당내 관심이 확산되면 확산될 수록 정 전 의장의 ‘2선후퇴’ 요구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 전 의장 특유의 ‘몽골기병’식 행보가 또다시 ‘괴력’(?)을 발휘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