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던 고건 전 국무총리 대선 불출마의 불똥이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장에게로 튈 조짐이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정·김 두 전·현직 의장에 대한 ‘2선후퇴론’ 내지는 ‘대선불출마’ 압박이 여권 내부에서 강하게 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같은 전망은 고 전 총리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이 정·김씨에게 의미있는 뉘앙스를 남겼다는 분석이 기저에 깔렸다. 이를 계기로 현재의 변변치 않은 범여권의 대선구도에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려는 시도가 당 안팎에서 본격화하면서 결국 정·김 두 사람에게 '결단'을 요구하는 압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고 전 총리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 배경으로 “그동안의 활동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면서 “기존 정당의 벽이 높아 현실정치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상 열린당 내 최대 계파를 이끌면서 ‘기득권 세력’으로 지목돼온 정·김씨를 염두에 뒀다는게 당내의 지배적 관측이다.

    또 고 전 총리가 “내 활동 성과가 당초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여론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였다”는 내용의 불출마 선언을 밝힌 것은 ‘지지율 5%에도 못 미치는 사람들이 무슨 대권이냐’는 의미도 담겨 있지 않았겠느냐는 설명이다. 10%대 지지율을 가지고도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여기에도 턱없이 못미치는 두 사람으로는 안된다는 데 고 전 총리가 '방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두 사람에게는 ‘대선불출마’ 압박으로 비쳐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미 당 진로와 정계개편 문제 등을 놓고 열린당 내부에서 정·김씨의 ‘2선후퇴론’이 여러차례 제기돼 왔던 만큼 고 전 총리 불출마를 계기로 2선후퇴론이 한층 탄력을 받으면서 차기 대선을 겨냥한 당내 논의구도가 자칫 ‘대선불출마’ 압박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호남이 지역구인 당의 한 핵심 의원은 1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이 신당 등 정계개편 논의에 앞장서는 모습이 외부에 있는 제3의 후보를 들어오게 하는 데 부정적 보일 수 있다”면서 “당 밖의 잠재적 예비후보들이 주저하고 있는 게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둘이 나서서 움직일수록 경쟁력 있는 제3후보들의 영입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기 때문에 두 사람이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이어 “고 전 총리 불출마 선언으로 정 전 의장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오는데, 여론은 유동적이며 단순히 추이만을 살펴보는 참고자료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고 말해 정·김씨의 지지율이 상승하더라도 ‘2선후퇴’ 내지는 경쟁력있는 제3후보의 영입을 바라면서 두 사람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흐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취지의 전망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