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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 추진을 밀어붙일 태세다. 노 대통령은 9일 갑작스런 개헌 제안에 연이어 11일에는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야당들이 개헌의 전제조건으로 (열린우리당 탈당을) 요구해 온다면 고려할 수도 있다”며 본격 ‘개헌불지피기’에 나섰다.
당장 여당 내부는 물론 친여(親與) 언론조차도 “여론지지가 없으면 접는 게 순리다. 더는 밀어붙이지 않는 게 낫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여기에 민심의 풍향계라고 할 수 있는 네티즌들의 반발도 더욱 거세게 일었다.
우선, 대표적 친여 언론인 한겨레신문은 12일 사설에서 “개헌은 정치권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여론이 충분하게 밑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고집스럽게 밀고 나갈 사안은 아니다”면서 “아무리 뜻이 좋고 내용이 옳더라도 여론이 수용하지 않으면 접을 줄 아는게 지도자의 덕목이자 용기”라고 했다.
이 신문은 특히 “부결이 예상되는데도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은 부정적 여파만 증폭시킬 우려가 높다. 부결돼도 중도하야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통과가 되든말든 개헌안을 내도 괜찮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면서 “대선 뒤 과제로 미루고 지금은 역발상이 아니라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여 상식과 순리를 따르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이미 개헌 추진에 노골적인 비판 목소리가 ‘너나 할 것 없이’ 터져나왔다. 열린당 이상민 의원은 “시험성적이 나쁜 학생이 필기구 탓하는 억지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으며, 임종인 의원은 “국정실패는 단임제 때문이 아니라, 노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운영한 탓”이라면서 “개헌안을 발의하지 말고 국정에 전념해라”고 했다.
당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개헌 추진을 밀어붙인다면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와 함께 한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네티즌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정치 경제가 개판이 다 된 지금에 느닷없이 개헌론을 들고 나오는게 타당하냐”면서 “덧셈 뺄셈도 못하는 초등학생이 곱셈 나눗셈의 진도를 나가자고 우기는 꼴”이라고 힐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다들 살기 힘들다고 난리인데, 정치쇼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했다.
아이디 ‘ihiesd’는 “적반하장에 억지, 떼거지만 써대다가 이제는 덮어씌우기까지 하는데 진짜 코미디가 따로 없다”면서 “‘원맨쇼’하려면 혼자 하지, 온 국민까지 끌고 나락으로 함께 가자는 물귀신 작전을 쓰느냐”면서 비분강개했으며, ‘yebok1’은 “이 시점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일이 저것이냐, 나원 참…”이라고 혀를 찼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잔머리 굴릴 시간에 민초 살림살이나 돌봐달라”면서 “대통령이 할 일은 개헌이 아니고 제발 정신 좀차려, 사람 구실하라”고 했으며, 또 한 네티즌은 “1년도 못 참겠다”고 분개했다. ‘k432123’는 “정녕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느냐”고 따져 물으면서 “개헌의지만 불태우는데 어찌 정략적 의도로 보지 않겠느냐, 가슴찢어지는 국민들이 각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건간에 제 정신이라고 생각을 하겠느냐”고 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