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이 동네 만화가게 만화책도 아니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한 장면을 지워버리고 다음에 바꾸자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헌은 충분한 공론화와 검토 과정, 국민 공감이 있어야 한다. 불쑥 임기 말에 제안하는 것엔 의도가 있다" "임기 초부터의 레임덕은 제도 탓이 아니라 국정 운영 미숙과 무경험 때문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11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4년 연임제' 개헌을 호되게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정 운영이 단임제 때문에 잘못됐고 모든 문제가 여기에서 생긴다면 (개헌이) 별 문제 없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며 "헌법이 동네 만화가게 만화책도 아니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한 장면을 지워버리고 다음에 바꾸자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실제 원인은 국정운영을 미숙하게 하고, 무경험에서 비롯된 잘못이지 제도 때문이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개헌 제안은 아주 잘못된 것이고, 실현 가능성도 낮다. 국회 통과부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전 총재는 "단임제가 재선 가능성이 없어 임기 초부터 레임덕이 온다는 말은 실제와 다르다. 대체로 레임덕은 임기 말에 온다"며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어려웠다. 이건 본인의 미숙함과 잘못 탓이지 레임덕에 책임을 돌릴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2002년 대선 후보 시절 이 전 총재가 '집권하면 여야의 협력을 얻어서 개헌 문제를 공론화해,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매듭짓겠다'고 한 발언을 청와대가 소개한 데 대해 그는 개헌을 지지하는 듯한 입장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는 듯 "아전인수격"라고 잘라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내 발언은) 당선되면 공론화해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서 국민 의사를 물어 처리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이 '개헌을 두 번 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 여론과 상관없이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 이 전 총재는 "오만한 이야기, 지나친 이야기"라며 "여론에 따르는 것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도리다. (여론의 반대에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은 다른 정치적인 저의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헌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국회 통과가 안됐을 때 노 대통령이) 대통령 못하겠다, 이런 상황까지 가면 조기 선거를 하게 되고, 그러면 지난 탄핵 정국과 비슷한 동정론·여론 몰이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하며 개헌의 정치적 의도를 경계했다.

    이 전 총재는 "아직은 헌법을 고칠 필요가 없다. 부분 개헌을 하면 내각제, 부통령제 문제부터 영토 조항, 통일 조항까지 대한민국 체제의 근간에 관련된 논의도 나올 수 있어 국론을 분열시키는 혼란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