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줏대도 없는 근태씨”
노무현 대통령에게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 등 정치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던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돌연 태도를 바꿔, 노 대통령의 지원을 부탁하고 나섰다. 기존 입장이 갑자기 바뀐 배경도 그러하지만 당장 네티즌의 비판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김 의장은 8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정권재창출을 위해서 대통합 신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힘과 지원을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참여한다면 출범하는 신당의 당적을 가질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구랍 28일 정동영 전 의장과 긴급회동을 갖고 “신당은 어느 누구의 영향권에서도 벗어나 자율적․독립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했었다. 특히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노 대통령은 경각심을 갖고 국정에 전념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랬던 그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기존의 입장을 확 바꿔 버린 것이다.
당장 네티즌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9일 한 유명 인터넷 포탈사이트에는 집권여당의 의장으로서의 김 의장의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쇄도했다. 한 네티즌은 “줏대도 없는 근태씨, 아직도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무슨 정치를 한다고 하느냐”고 했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대통령 배제한다고 해놓고서 어떻게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며칠만에 말을 뒤집느냐, 도로 열린당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분강개했다.
또 한 네티즌은 “이럴거면 뭣하러 신당 창당하려고 고생하느냐”면서 한숨을 내쉬었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통합신당파 입장에선 노 대통령이 계륵이겠지만 신당파들도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니냐”면서 “더 이상 국민들 속 뒤집지 말고 정치에서 은퇴하라”고 발끈했다. 아이디 ‘pstwuy’는 “아무리 간판을 바꿔 본다고 식당 음식 맛이 달라지느냐. 김 의장은 도대체 자존심도 없느냐”면서 “재료와 주방장을 바꿔야 음식 맛이 달라진다. 얼치기 좌파들은 이제 꼼수를 접으라”고 했으며, ‘law911’은 “이리저리 중심 못잡는 것을 보니 결국 자멸하겠군…”이라고 혀를 찼다.
이와 함께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통합신당파 내부의 개혁 대 실용간 갈등이 불거진 데다가, 김 의장 주도의 통합신당 움직임을 견제하면서 통합신당파 내부에서 ‘2선 후퇴’ 주장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김 의장이 사실상 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달라도 'SOS'를 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실제 김 의장은 최근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자신을 ‘좌파’라고 비판한 데 대해 ‘수구냉전 세력’이라고 몰아붙이는 등의 격한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위험 수위를 달렸으며, 박병석 의원은 8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진정한 지도자라면 이럴 때 자기 희생을 전제로 한 결단을 해야만 당 진로가 보일 것”이라면서 “진정성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달라”고 사실상 김 의장을 겨냥해 ‘2선후퇴’를 촉구했다.
천정배 의원도 당원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지도적 인사들은 우리 자신이 민생개혁세력의 대통합에 걸림돌이 되지 않고 디딤돌이 되게 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뇌해야 한다”면서 “통합의 주도권이나 지분 등에 연연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 창조적 해산도 감수하는 철저한 기득권 포기의 자세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당내 일부 의원들도 김 의장의 발언의 의미에 대해 “깊은 뜻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정계개편 등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확실히 못박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