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염동원 의원이 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선도탈당 입장을 밝히면서 여당의 분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호남과 수도권 출신 의원들의 탈당 고민이 본격화됐고 당 사수파는 ‘탈당할 사람은 빨리 나가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당 진로를 놓고 질서없이 사분오열하던 논의 양상이 결국은 사실상의 ‘풍비박산’을 예고하는 모습이다.

    일단 열린당은 당 사수파와 통합신당파라는 큰 대립 줄기에, 통합신당파 내부의 실용파와 개혁파 그리고 선도탈당파 등 총 4개 그룹으로 분화할 조짐이 엿보인다. 통합신당파는 내부적으로 ‘통합신당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는 주도권 싸움과 맞물렸으므로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선도탈당파의 규모에 당 안팎의 관심이 우선적으로 쏠린다.

    염 의원의 선도탈당 입장이 전해진 직후, 의원 10여명도 선도탈당이라는 현실적인 카드를 검토하는 모습이다. 우선 현대자동차 출신의 대표적 실용파 이계안 의원이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합신당을 추진한다는 전당대회에 아무 관심 없다. 전당대회 이전에 행동으로 말하겠다”며 사실상 탈당을 시사했다. 그는 “염 의원과도 이달 초 만나 지금처럼 신당 논의가 흘러가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데 공감했다”고도 말했다.

    이와 함께 호남출신의 J, W, Y 의원과 수도권 일부 초재선 의원 등이 선도탈당 대열에 합류할 것인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권 의원들은 선도탈당이 ‘도로 호남당을 만들려는 것이냐’는 시각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더불어 염 의원의 선도탈당이 ‘시기상조’라는 통합신당파 내부의 부정적 시각도 있긴 하지만, 친노진영 등 당 사수파의 저항을 감안할 때 내달 14일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 추진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에 회의적인 전망이 급속히 확산됐다는 점에서 상황은 유동적이다. 선도탈당 분위기만 잡히면 의원들이 대거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단 선도탈당파의 규모가 교섭단체(20명) 수준을 이룬다면 현재까지의 통합신당 추진 논의는 급속하게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세'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고건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신당추진세력은 물론, 범여권의 정계개편 구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열린당이 전당대회까지 가기도 전에 급속히 해체되는 상황을 몰고 오면서 이들이 정계개편의 주도권도 잡아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양형일 의원은 8일 MBC 라디오 시사프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전당대회 성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선도탈당론이 실행 단계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11일 법원의 가처분 신청(당 사수파가 낸 당헌개정 무효 가처분 신청)이라든지, 사실상 시한이라고 할 수 있는 20일까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에서 전대 의제를 합의하지 못하면 분위기는 무르익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수파의 대표주자인 신기남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염 의원의 선도탈당 입장과 관련해 “명분없이 당 해산을 주장했다. 당이 정상화하고 재정비가 시급한 이 때에 앞길을 막는 것 보다는 그런 선택이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어 “자꾸 이렇게 ‘당을 해산해야겠다’ ‘간판내려야겠다’ 이렇게 해서 앞길을 가로막으니 당이 한치도 앞으로 가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당에 마음이 떠났으면 안타깝지만 선택을 해야지 어떻게 하겠느냐”며 사실상 '탈당할 사람은 빨리 탈당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