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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5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홍준표의 '허무개그'>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지금 자유가 넘치는 세상이 됐다. 간첩들이 횡행하고 법정에서 소란을 일으켜도 제재를 못하는 세상이 됐고 시위대 죽창이 동원돼도 영장이 기각되는 세상이 됐다. 대통령을 길거리에서 아무리 욕을 해도 잡아가는 사람이 없다.” 누가 이런 소리를 할까? 청와대 홍보수석? 평택 시위대? 더 들어보자. “노무현 대통령의 긍정적인 측면은 자기 정적을 미행하거나 다른 대통령처럼 도청을 하거나 국세 조사를 시키거나 이런 것이 없는 것이다. 권위주의가 해체되고 민주화 시대가 완성됐다.” 4일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한 홍준표였다.
한나라당 내에서 대여 공격수로 유명한 3선의 홍준표. 그가 전날 갑자기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노무현 시대는 대한민국으로선 민주화 시대의 완성”이라며 “노무현 시대를 부정하지 말고 계승하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노무현 계승론’을 폈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계승자? 그래서 인터뷰에 불러낸 것이다. 진행자 장성민의 질문. “간첩이 활보하고 영장 기각이 이어지는 것이 민주화의 결과인가.” 홍준표의 답변. “지금 그래 돼버렸다.” 장성민이 열을 받아 또 묻는다. “그런데도 왜 노 대통령 지지도가 7 ~ 8%밖에 되지 않는가. 그런 정부가 민주화 정부인가.” 답변이 이어진다.”노무현 시대 와가지고 민주화 제도가 거의 정착 단계에 들었다. 규제 위주의 행정을 많이 풀었고.” 그러더니 “지금 열린우리당이 노 대통령을 버리고 있다. 4년 동안 단물을 다 빨아먹고…”라며 끝까지 노 대통령을 옹호하다 인터뷰를 마쳤다. 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파의 소리 아닌가.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짓게 하는 ‘허무 개그’다.
홍준표는 왜 간첩을 민주화 투사로 둔갑시킨 정권을 민주화 정권이라며 돌변하고 있을까? 개인적 약점이 잡혔기 때문에? 아니면 대선을 앞두고 노 대통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신의 보스라는 이 아무개 대신 총대를 멘 것? 정치인의 말엔 ‘공짜’가 없다. 노 정권의 일탈에 억장이 무너지는 국민을 상대로 지금 장난을 치고 있는가. 국민의 지능지수를 어떻게 보기에. 노 정권에 분노해 한나라당을 찍어주는 국민을 졸(卒)로 보고 있기 때문에 수작을 부리는 것이다. 이게 대한민국 정치인의 적나라한 수준이다. 정권을 다 잡은 것처럼 기고만장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