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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시험대'에 놓였다. 하향 곡선을 그리던 지지율은 10%대까지 추락했으며, 그동안 추진하던 국민통합신당도 좀처럼 탄력을 받지 않는 상황이다. 뭔가 보여줘야 할 시점인데 녹록치 않은 형국이다. 고 전 총리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들은 이런 상황 타개를 위해 무엇보다도 신당 결성이 시급하다고 주문한다. 신당을 결성해 특정 정당, 특정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신당 을 띄운 뒤 국민통합신당으로 가는 과정에서 고 전 총리가 어떤 역할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중도보수 성향 의원과 민주당 일부 의원 등 10여명이 이달 중순께 당 외부에서 통합신당추진을 위한 공동모임을 결성키로 3일 알려진 것은 일단 시험대에 오른 고 전 총리 입장에선 운신 폭을 넓힐 본격적인 장이 마련됐다는 관측이다. 일단 이 모임에서 신당을 띄우면 3~4월쯤 자연스럽게 국민통합신당 기치를 내걸고 합류하면서 정치적 명분을 얻고 동시에 통합신당의 대세 기류를 형성해 나가겠다는 측면에서 이 모임의 결성은 고 전 총리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안영근 의원 등 이 모임을 주도하는 세력의 면면이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들이라 사실상 ‘고건 신당’ 준비모임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신당 참여 인사들을 어떻게 구성해 나갈지가 신당 결성과 함께 고 전 총리에게 당장 눈앞의 과제로 놓여졌다. 특히 고 전 총리의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감안할 때 그가 과연 통합신당 결성의 동력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신당이 결성된다 해도 교섭단체(20명) 수준이 될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확신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고 전 총리가 통합신당이라는 큰 틀을 위해 얼마만큼 외부인사 참여를 이끌어 내느냐에 고 전 총리의 통합신당 성패가 달려 있다.실제 고 전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신중식 의원은 3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통합신당추진을 위한 공동모임은) 전제가 고 전 총리를 상정해 놓고 고건 중심의 ‘고건 신당’을 하자는 뜻은 아니다”면서 “새로운 세력에 전부 동참하겠다는 뜻이고 고 전 총리도 그 중 한 분으로서 주춧돌 역할을 할 것이고 사심없이 경선에 참여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큰 틀의 통합신당이 되기 위해서는 참신한 외부인사가 엃마나 참여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박원순 변호사도 국민적 신뢰가 있기 때문에 신당결성을 결정적으로 후원할 수 있고 최열 환경재단 이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도 그런 입장이다. 상당수의 양심적 변호사군이라든가 학계의 신규 인재들이 지금 곧 참여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어 고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서도 “근간에 만나서 두 분이 함께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결국, 고 전 총리가 얼마만큼의 참신한 외부인사를 신당에 참여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 과정에서 고 전 총리의 능력과 역할에 대한 검증작업도 함께 병행되지 않겠느냐는 시선이다. 뭔가 보여줘야 할 시점에 고 전 총리가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또 내보일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