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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세론'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정해년 신년벽두에 일제히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평균 40%대를 상회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잠재적 여권주자인 고건 전 국무총리와의 격차를 더욱 벌였다.
전문가 "대세론 흔들 요인 적다…여권 '다크호스'도 약해"
전문가들은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끄는 키워드로 '경제'와 '추진력'을 지적한다. 여의도리서치 안충섭 대표는 "대선은 국민들이 미래를 보고 선택하는 것"이라며 "이 전 시장의 대세론은 말단직원에서 대기업최고경영자까지 지낸 그의 경력에서 보듯 실물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에 기인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안 대표는 이어 "성장을 요구하는 현재 상황에서 흑색선전, 즉 네거티브 공세외에 이 전 시장의 대세론을 크게 흔들 요소가 적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북핵문제 이후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더욱 높아진 것은 국민들이 이념이 아닌 해결능력, 지도력과 추진력을 보기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시장의 독주체제가 거품일 것이라는 일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리서치앤리서치(R&R) 정효명 연구원 역시 "지난해 추석 이후 이 전 시장이 내세운 '경제'와 '추진력'이라는 키워드가 경제위기가 심화될 수록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국민의 관심은 경제와 민생현안"이라고 대세론 유지원인을 해석했다. 그는 "경제와 추진력이라는 키워드의 초기 모멘텀이 시간이 갈수록 저학력, 저소득층 등 상대적으로 이 전 시장이 덜 알려진 계층에도 '이명박이 이긴다'라는 분위기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박 전 대표의 '열차페리' 등 경제 캠페인이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에 비해 전체 대중에 영향을 크게 끼치지 못한 점과 고 전 총리의 지속적인 하락세와 같은 주변환경 역시 이 전 시장의 대세론을 잇게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02년에는 국민경선이라는 모멘텀이 있었기 때문에 '노풍'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같은 바람이 생길 개연성도 낮다"며 "국민들은 개혁피로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거론되는) 범여권의 다크호스도 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국민들의 최고관심은 '이명박이냐, 박근혜냐'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선앞둔 당심 설에 결정될 것…설전에 박근혜 뭔가 제시해야"
이 전 시장은 지난해 8, 9월까지 박 전 대표와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며 선두다툼을 벌이다 추석을 기점으로 고지를 점한 뒤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가파른 상승세에는 '밴드웨건' 효과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유로 오는 2월 설을 지지도 변화의 주요한 기점으로 내다봤다.
안 대표는 "40%대를 웃도는 이 전 시장의 지지율에는 20-25%수준의 고정지지세가 포함돼있다"며 "20%수준의 고정표가 있는 박 전 대표의 반전이 없을 경우 지난 추석민심이 설민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최근 조사에서 나타났듯 이 전 시장의 강세가 한나라당 당원, 대의원에 까지 확산됐다"며 "다가올 경선을 감안할 때 이들의 결정시기는 설이 기점이 될 것이며, 설 이전에 박 전 대표가 뭔가를 내놓지 못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명박측 "다음 정부 압도적인 지지로 탄생해야…국민 '여권이벤트' 즐기지않을 것"한편 이 전 시장측 핵심관계자는 "다음 정부는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탄생해 강력한 추진력으로 국정난제를 해결해야한다"며 이 여세를 몰아 확실한 승부를 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 이 관계자는 수도권, 호남, 대학생, 30-40대, 중도성향 등 과거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을 넘어서는 외연확대를 가져온 결과로 풀이했다. 그는 "박 전 대표나 손 전 지사의 확고한 지지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40%대까지 치솟았다"며 "이 전 시장의 지지에 여당표가 섞여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여당표'라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표'를 의미하는 것이며 한나라당으로 돌아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시장측 조해진 공보특보는 "여당주자로 누가 나오더라도 수십년간 '현대 신화'를 거쳐 성공적인 서울시장 재임, 그리고 대운하와 같은 정책을 통해 국민들에게 결과를 보여준 이 전 시장을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 특보는 또 "지난 대선과 비교하는 경우도 많지만 지금 국민들은 '6개월만에 뒤집는 정치이벤트'를 즐길 여유가 없다"며 "다음 정부가 할 일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세론의 조기고착이 당 경선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일각에서 (이 전 시장의 독주가 이어진다면) 경선흥행요소가 떨어진다는 걱정이 있지만, 반면 박빙일 때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서로 깊은 상처를 줄 단점도 안고 있다"면서 "이 전 시장의 경우 당 경선외에도 국민의 관심을 본선까지 불러들일 동력과 다양한 병기를 갖고 있으므로 경선흥행을 못한다는 것이 결정적인 전략차질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박빙속에 뜨겁게 경쟁하고 공정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면 더할 수 없이 좋은 일"이라고 전제했다. 이 전 시장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정책을 제시하며 갈 길을 갈 것"이라며 "국민의 기대에 책임을 느낄 뿐"이라고 말을 아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