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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벽두 범여권 차기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열린우리당 내부 정계개편 논의의 저울추가 통합신당쪽으로 기울면서 정계개편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구랍 28일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 창당 추진을 공개적으로 밝힌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은 1일 포항제철 방문을 시작으로 사실상 대선행보의 닻을 올렸다. 이 자리에서 “용광로처럼 갈등과 반목을 녹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2일 오전에는 호남민심을 감안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한다. 당초 이날 오후 김수환 추기경도 방문하려 했지만 김 추기경의 건강 문제 때문에 연기됐다. ‘평화와 경제’라는 화두로 대선몰이에 시동을 건 모습이다. 그간 철저히 비공개로 일관하던 일정도 신년부터는 전격 공개했다. 당 내·외부 인사를 물론 사회 원로들과의 접촉 반경도 넓혀가면서 통합신당에 대한 민심 수렴에 나선 모양새다. 열린당 내부 정계개편 논의가 통합신당 추진으로 가시화되면서 정 전 의장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형국이다.
현직 의장 신분이라 한계가 있지만 김근태 열린당 의장도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정 전 의장과 이미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 창당 추진과 오는 2월 1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을 결의한다는 데 전격 합의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합신당 추진 연착륙이라는 과제가 당장 눈앞에 놓였지만 ‘위기가 곧 기회일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김 의장을 지지하는 열린당 재야파의 일부 핵심 인사들이 최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박원순 변호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외부의 차기 대선 예상후보군을 대상으로 물밑 접촉을 강화하는 알려졌다. 김 의장은 2일 오후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을 방문한다. 대기업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내세우며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뉴딜’ 행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범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고건 전 국무총리는 사실상 정계개편 주도권 잡기에 신년부터 사활을 걸었다. 반등 기미없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지지율 탓에 자칫 열린당 중심의 정계개편 논의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 전 총리는 3~4월 ‘국민통합 신당’을 출범한다는 계획 아래 여권은 물론 정치권 외부 인사들과의 접촉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만나 국민통합신당 참여 문제를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고 전 총리는 1일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을 방문한 데 이어 오는 4일에는 40대 직장인들과 만나 부동산, 교육 문제 등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아울러 여권 내부 ‘영남후보론’과 맞물려 관심이 쏠리는 김혁규 의원도 이달 초 사실상 대선캠프인 사무실을 서울 여의도에 내고 본격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과 잦은 독대를 할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는 김 의원이 당내 중도세력 결집을 통해, 정계개편 논의 과정 등에서 김근태 정동영씨와 거리두기에 나설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천정배 의원도 신년들어 ‘국정현안, 이렇게 풀자’는 정책시리즈를 통해 정책적 측면의 대선행보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그 첫 시리즈로 천 의원은 남북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재개해 평화의 길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했다. 천 의원 측은 “이 시리즈를 통해 지난해에 해결하지 못했거나 미진하게 남아 새해 과제로 넘어온 몇 가지 국가적 의제와 민생과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전 열린당 최고위원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 기념일인 구랍 19일에 맞춰 사실상 대선캠프라 할 수 있는 ‘민부정책연구원’을 꾸리고 지난 연말부터 본격행보에 나섰다. 민부정책연구원은 ‘민부(民富)’란 말 그대로 ‘국민의 부(people wealth)', 특히 중산 서민층 등 지지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책연구에 몰두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