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21일 “한나라당이 현재의 틀만으로 집권이 쉽지 않다”면서 “한나라당이 지금의 틀보다는 더 큰 틀의 당이 돼야 한다”며 외연 확대를 주문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이같은 발언이 ‘비노 비한(非盧非한)’을 기치로 제3지대에서의 혁신중도세결집을 표방하고 나선 한 단체의 창립대회에서 행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손 전 지사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 자리에는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 권오을 고진화 의원이 함께 참석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각 분야의 386세대가 주축이 돼 ‘비노 비한’을 내건 ‘전진코리아'의 창립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면서 “현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감안하더라도 이념, 지역적으로 한나라당은 더 큰 틀의 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우리 사회가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좌우를 아우르고 지역을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 미래․희망의 리더십을 통해 선진한국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손 전 지사는 또 “민주화의 주역 386이 왜곡된 386이 돼서는 안된다”면서 “미래지향적 선진한국을 만들려는 386세력이 여기 있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전진코리아’의 창립대회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손 전 지사는 재차 “이념으로 갈라지고 지역간의 갈등과 반목으로 민족의 소중한 자산을 흔들어대는 잘못을 다시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한나라당은 국민의 열망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선진사회를 이룩하고 이땅의 진정한 평화와 선진경제를 이룩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국가경영에 대한 책임을 맡으려면 더 큰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특히 김효석․김부겸 의원을 거명하면서 “합리적이고 선진적이고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김효석․김부겸 의원 같은 분들을 모셔서, 통합의 길로 이 나라의 미래를 담아서 힘있게 전진하는 나라를 만드는 한나라당을 꼭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김효석․김부겸 의원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손 전 지사는 웃음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 함께 자리하고 있던 김효석 의원은 토론자 자격으로 단상에 올라 “손 전 지사의 생각과 내 생각이 이렇게 똑같은데 왜 다른 정파에 있어야 하느냐”면서 “이것이 한국정치의 아픔이다. 정파는 다르지만 우리 시대가 가진 아픔을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4년동안 이념과 편가르기로 나라가 이같은 혼란에 이르렀다”면서 “뉴라이트의 역사교과서에서도 보듯이 사회가 또 우편향으로, 이념투쟁으로 가는 것은 또다른 혼란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다음엔 정권이 잘 들어서야 하는데 극단적 이념투쟁을 넘어서는 중도통합적 세력이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념정치와 대립되는 생활정치를 실현해야 하는데, 이는 앤서니 기드슨이 말한 ‘제3의길’에서 출발한다”면서 “우리가 가는 길은 ‘새로운 제3의길(뉴 3의길)’이어야 하며 중도만이 아니라 상대방을 포용하는 정치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전진코리아’의 창립취지와 관련, “현재의 정치구도로는 안된다. 변화가 가장 지체된 정치권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내년 대선에서도 이런 비전, 나라의 진로 등을 놓고 고민해야 하며 오늘이 (이 자리에서)서로 맞선을 본 것이 아니냐”고 했다. 이런 모임에서 지속적 논의를 통해 여야를 넘어서 정치권이 한단계 성숙할 수 있는 내․외부적인 변화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어 이날 행사에 대해 “범여권의 틀을 넘어서고 지역을 넘어서는 제3지대에서 큰 그림을 그려나가자, 친한나라당 친열린당을 넘어서서 한번 해보자는 것”이라면서 “인물과 지역 중심이 아닌 비전을 중심으로 모여야 하는데, 이제 정치권도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날 행사는 제3지대에서의 큰 그림을 그리는)걸음마를 뗀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전진코리아’의 창립 취지와 관련해 이 모임의 준비위원을 맡은 황주석 위원은 뉴데일리와 만나 “비노 비한 정치조직”이라면서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해, 현 정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 안주하는 한나라당을 혁신적 중도적인 방향으로 옮기는 견인·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위원은 “손 전 지사가 큰 모양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300여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는데, 여야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범정당적 모습을 연출했다. '전진코리아'는 김윤((주)리브라컨설팅 대표) 정진항((사)비전21열린사회연구원 원장) 황주석((전)프라임정보통신 대표이사)씨 등이 준비위원을 맡았다. ‘전진코리아’는 이날 창립대회를 시작으로 내년 1월초 본격 출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