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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의 정운찬을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당내 통합신당파 의원들의 의견을 전하면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영입의 ‘절대성’을 언급했다. 김근태 의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전 총장에 대해 “좋은 사람이고 역량이 있으며 (대선후보가 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면서 “정 전 총장이 (정치에 참여하는)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의 ‘정운찬 카드’ 급부상에 정 전 총장도 M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화답’(?)했다. 정 전 총장은 그러면서 “정치참여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치권에서) 흔들면 참을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 같다”고도 했다.
여권 내부의 ‘정운찬 군불때기’가 정 전 총장의 ‘화답’(?)으로 일정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 정치권은 정 전 총장의 향후 선택 방향에 온갖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정 전 총장이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한 만큼, 정 전 총장을 향한 여권의 생존을 건 ‘구애’는 더욱 노골화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관측인데,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대선후보에게로 쏠린 언론의 보도 양태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감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여권의 ‘정운찬 군불때기’가 마치 지난 5․31 지방선거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영입 전략을 보는 듯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할듯말듯’한 아리송한 말로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베일에 쌓인 신비전략으로 막판에서야 서울시장에 도전을 선언하고 나선 강 전 법무장관의 전략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당시 강 전 법무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놓고 강 전 장관의 일거수 일투족은 집중 조명을 받았으며 강 전 법무부장관은 지지율에서도 고공행진을 계속해, 결국 상대당인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었다. 때문에 ‘정운찬 군불때기’도 이같은 여권 내부의 전략이 감안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정 전 총장은 작년 서울대 총장 퇴임 인터뷰 등을 통해 “유혹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는 아직 생각이 없으므로 이변이 없는 한 정치에는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없다” “정치에 관심이 없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었던 열린당의 대선후보 영입론을 일축했었다. 작년 7월 서울대 총장의 퇴임 전후의 이런 발언과 비교할 때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한 정 전 총장의 최근 발언은 이미 여권 내부의 ‘정운찬 대통령만들기’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정 전 총장은 김근태 의장과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1년 후배로, 김 의장에게 ‘근태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의장의 당내 신당 추진이 내년 2월 전당대회 이후 일정정도 탄력을 받고 여권 내부의 정계개편에 대한 윤곽이 확정된 직후까지는 정 전 총장의 ‘정치권 거리두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잠재적인 여권의 대선주자로서 정 전 총장의 일거수 일투족은 집중 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총장이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를 선출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의 들러리가 될지 그렇지 않을지 여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신비주의’전략은 지난 5․31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 전 법무부장관의 낙선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전국 지역위원장단 긴급회의’에서 “중도개혁정당을 만들어 고건 전 총리,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을 치러야 한다”면서 “이들 네 사람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면 굉장한 흥행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시대정신에 따라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최대한 규합해 빅텐트를 쳐야 한다”면서 “정 전 총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