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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30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조순형의 ‘노무현론(論)’>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조순형의 촌철살인 한 대목을 떠올려 본다. 그는 민주당 시절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노 대통령을 접해봤다. 조순형은 노 대통령 취임 직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노 정권의 국정 운영에 최대 걸림돌이 무엇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노 당선자 본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만 자기 통제를 잘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미 3년9개월 전 노 대통령의 ‘자기 통제력’ 문제가 노 정권 최대의 적이 될 것임을 내다봤다. 노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거침없이 쏟아내는 심리적 배경에 대해 조순형은 ‘자기 통제력’의 상실이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조순형의 ‘노무현 인물평’을 더 들어보자. “고집이 세서 대통령이 된 것 아닌가. 보통 고집이 아니다. 말은 또 얼마나 잘하나. 머리 회전도 보통 빠른 게 아니다. 논리가 강해 당해낼 수가 없다. 그러니 웬만한 사람은 말을 붙일 수 없다.” 촌철살인의 ‘감동’이다.
노 대통령은 왜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가.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사직(社稷)을 지켜나가야 하는 자리라는 권력에 대한 엄숙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을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나라”로 보는 역사 인식인데다, 대통령에 너무 쉽게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두환처럼 목숨 걸고 혁명을 했고, 김영삼 김대중처럼 대통령이 되기 위해 30여년이나 풍찬노숙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권력을 잡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직에 대한 인식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2004년 5월 연세대 특강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아니라도 만족한다”고 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성공했으니.
이젠 ‘떠나가는 대통령(outgoing president)’의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임기까지 정치적 승부수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9.9%(한길리서치 여론조사)로까지 떨어졌다면 자신을 뽑아준 국민에게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상황인데도. 하야하라고 거리로 뛰쳐나오지 않는 국민에게 감사하긴커녕 윽박지르고 있다.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조순형은 “앞으로 남은 1년3개월이 더 문제”라고 했다. 또 한번 예측이 적중한다면? 맞지 말라고 기도라도? ‘정치 지도자 복(福)’이 지지리도 없는 국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