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20일 저녁(한국시간) 동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6.25 사변을 '내전'이라고 표현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이념논쟁이 격화되면서 국가 분열이 심각한 상황에서 왜 갑자기 또 그런 발언을 꺼내들고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는 2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은)올바른 역사인식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한국전쟁을 내전이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된 것이고 대통령의 발언으로서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혀를 찼다.

    박 교수는 “‘내전이다’고 말 한 것은 한국전쟁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잘못 규정한 것”이라면서 “이는 가치관과 국가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는 왜곡된 인식”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의 책임을 북한에 묻지 않고 내부의 모순으로 돌리려는 인식으로 80년대 초의 수정사관에 근거한 운동권의 시각”이라고 힐난했다.

    박 교수는 특히 “그렇지 않아도 강정구 교수 발언 논란 등으로 국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왜 또…”라면서 “(노 대통령의 ‘내전’ 발언은) 통일만 되면 다 옳다는 식의 통일만능주의인데, 건국이념과 민주주의 인권이란 기조의 삶을 비하하는 역사인식”이라며 반박했다. 

    이와 함께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인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도 “왜 갑자기 노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내전이란 표현의 부적절성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제 교수는 “‘내전’이라는 표현은 한국전쟁을 남과 북이 대등한 주체로서 정권 탈환을 위한 싸운 것으로 인식하게 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는 북한의 남침에 의해 이뤄진 민족의 비극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 교수는 또 “‘내전’이라는 표현은 북한의 주체사관에 근거한 현대조선역사에 나오는 말인데, 거기에는 한국전쟁을 ‘이승만 정권이 일으킨 내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면서 “‘내전’이라는 의미는 오해를 불러올 공산이 큰 발언인데, 왜 갑자기 그런 말을 꺼냈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노 대통령의 ‘내전’ 발언에 정치적 함의가 있음을 간접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20일 저녁 캄보디아 프놈펜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우리가 옛날에는 식민지배를 받고 내전을 치르고 시끄럽게 살아왔는데 이젠 우리가 47개국 정도를 지원한다”면서 “옛날에 식민지배를 받던 나라가 다른 나라를 지원한 사례는 우리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