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15일 “강남 집값잡기는 강남 부자들에게 일종의 보조금을 준 결과가 됐다”면서 강남 집값 잡기로 대변되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힐난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오후 ‘디지털시대, 희망 한국의 리더십’이란 주제의 중앙대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노무현 정부와 열린당의 깊이있는 성찰이 모자랐다”고 뒤늦게 반성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정 전 의장은 “부동산 문제는 지금부터라도 정책의 초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300만의 최저주거수준미달 가구가 있으며 이 가운데 70만 가구는 단칸방에 살고 있는데, 열린당이 좀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이런 부분에 정책과 재정적 관심을 모아야 하고,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지지율도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열린당의 창당에 대해서는 "정치부패를 끊고 정당민주화를 일정 부분 얻어냈다는 점에서 일부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지역구도를 넘어섰느냐 하는 문제에는 고민이 되지만, 열린당의 창당 정신과 명분은 여전히 유효하고 달성돼야 하는 목표”라고 강변했다.

    정 전 의장은 “정치선진국으로의 진입여부는 열린당의 창당정신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에 있다”며 “안타깝지만 여전히 유기체가 계속 진화하듯이 정당이라는 것도 생물처럼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국민들이 신호를 보내는데 그 신호를 잘 알아채서 담긴 메시지를 잘 읽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면 진화해 나가는 것이 정당의 길”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열린당의 창당 정신은 유효하지만 지금의 열린당 간판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이다.

    정 전 의장은 북 핵실험 문제와 관련해서 “긴장을 완화시키는 게 우리의 방향이다. 이는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사업 등은 정치적 사업이 아니라 경제사업이고 한편으로는 군사 안보 사업”이라면서 “개성공단을 닫으라는 과격한 주장도 있는데 그것은 북한을 답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북한에)본떼를 보여주자는 사람들의 감정은 이해하지만 냉정하게 핵실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직시하면서, 어떻게 깨진 한반도비핵화를 복원해낼지에 지혜와 전략을 집중해야 한다. 개성공단 같은 사업을 닫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의장은 계속해서 “보다 많은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남북간 문턱을 낮춰야 한다”면서 “핵문제는 천천히 지체시킬 것이 아니라 9․11 공동성명에 따라 전면적인 남북화해시대로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 노 정부들어서 남북정상회담을 한번도 못했는데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서 전면적인 남북교류시대가 재발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아울러 최근 고려대 어윤대 총장이 교수들의 후임 총장 자격심사에 탈락한 것을 언급하면서 “자격심사에서 탈락할 정도의 자격이 아닌 분은 아니라고 아는데 대략, 개혁 변화 이런 것들이 저항에 부딛힌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대학사회를 포함한 우리는 내일을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개혁해야 한다. 중단하는 순간, 달리는 자전거가 쓰러지는 것처럼 낙오할 수 밖에 없다. 개혁과 변화는 모든 나라의 숙명”이라고도 했다.

    정 전 의장은 또 “한 세대만에 농경사회 시대로부터 산업화시대, 지식정보화사회로 이렇게 압축적 변화를 겪은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면서 “(최근의 문제들은) 이런 빠른 속도 속에 누적된 문제가 있는 것이고 그 휴유증이 우리 앞에 놓였는데, 그것을 성공적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중산층의 나라’를 제시하면서 “좋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산층의 나라 만들기의 핵심이며, 평화문제가 곧 이런 일자리 창출 등여러분의 취업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지금 우리는 설마 하고 살지만 평화에 대한 도전 위협, 이런 것을 이 시대의 지성인으로서 청년으로서 눈감을 수 없다고 본다. 바로 여러분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중심세력이 돼야 한다”면서 “여러분 앞엔 격동적인 변화의 물결이 닥쳐오고 있다. 거기에 응전할 준비만 돼 있다며 위기가 아니라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흑석동 중앙대 ‘중앙문화 예술관’에서 열린 정 전 의장 초청 강연에는 학생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정 전 의장은 강연이 끝난 후에는 일부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