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3일 사설 '이백만 수석의 강남아파트 사고 팔기'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이 서울 강남에 부인 이름으로 최근까지 아파트 두 채를 보유했다고 한다. 한 채는 강남 일원동 36평짜리로 2002년에 사서 살다 지난 9월 말 팔았다. 이 아파트는 지난 2월 6억1200만원으로 공직자 재산 등록 때 신고했다. 현 시세는 13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다른 한 채는 역삼동에 재건축한 54평 아파트다. 그는 국정홍보처 차장이 된 2004년 3월 무렵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지난 9월 입주했다. 이 아파트의 신고가액은 분양권 가격인 6억4880만원이다. 요즘 21억~23억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이 수석은 일원동 아파트를 팔아 4억원대 차익을 얻었고 역삼동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12억쯤 되는 재산을 앉은 채로 불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수석은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집 두 채가 필요 없어 전에 살던 아파트를 팔았다”고 했다. 집을 넓혀 가면서 잠시 집 두 채를 갖게 됐을 뿐 투기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기도 ‘보통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 수석은 보통사람이 아니다. 국민에게 세금폭탄을 투하하면서도 백전백패하고 있는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옳다고, 국민들한테 그 정책을 믿으라고 홍보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의 어록 몇 개와 그의 실제 행동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는 국정홍보처 차장이던 2005년 7월 ‘국정브리핑’에서 강남 타워팰리스 68평형을 팔아 시세차익 7억원을 올린 A씨 사례를 들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보통 국민들은 밥맛 떨어질 얘기다. 일할 맛 나겠느냐”고 한탄했었다. 그 1주일 뒤엔 역시 ‘국정브리핑’에서 “아무 노력 없이 부동산으로 번 불로소득은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었다.

    또 이 수석이 지휘하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지난 1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비싼 값에 지금 집을 샀다가는 낭패 본다. 집 살 서민은 더 기다리라”며 “집값 폭등은 일부 건설업자·일부 금융기관·일부 부동산 중개업자·일부 부동산 언론 탓”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수석은 이런 자신의 말과는 달리 정부가 정부 정책을 믿으라고 할 때 정부 정책과 반대로 나가 재미를 본 사람이다. 이 수석이 역삼동 아파트를 분양 받은 시점은 종합부동산세가 처음 도입된 ‘10·29 대책’으로 집값이 다소 주춤하던 때였다. 이 수석은 그 상황에서 은행 빚 8억4100만원을 끌어다 강남 노른자위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을 샀다. 서민들은 ‘집값이 더 내릴 것’이라는 정부 말을 믿고 기다릴 때 이 수석은 ‘그걸 어떻게 믿나’하며 베팅을 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월급쟁이 이 수석이 은행 빚에 대한 한 달 이자만 400만원에 가까운데 그런 모험을 할 리가 없다. 베팅은 적중했다. 그렇게 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보통 국민의 밥맛이 떨어지게’ 만든 것이다.

    이 수석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국민들은 왜 이 수석처럼 하면 안 되느냐는 것이다. 그 이유를 듣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