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이 8일 열린당의 총체적 실패 요인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 개정, 언론개혁, 과거사 진상규명 등 이른바 4대 쟁점법안 추진을 꼽으면서 “그동안 실용․개혁과 같은 공리공담을 해왔던 것이 정말 통탄스럽다”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오후 일부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면서 “이제는 열린당의 공과를 과학적으로 계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인터넷매체 ‘노컷뉴스’가 전했다.

    정 전 의장은 또 이 자리에서 향후 당의 진로 등 정계개편 방향과 관련, “열린당이 종착역은 아니다”라고 말해 사실상 통합신당론에도 무게를 실었다.

    이에 앞서 당내 정 전 의장계로 분류되는 김한길 원내대표도 지난 7일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열린당의 창당은 우리 정치사에 크게 기록될만한 의미있는 정치실험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정치실험을 마감하고, 지켜가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가려내서 또 한번 ‘다시 시작하는 아침’이 필요하다”며 통합신당추진을 사실상 선언한 바 있어,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정동영계가 정계개편 논의를 계기로 다시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정 전 의장은 최근 5․31 지방선거 이후 뿔뿔이 흩어졌던 당내 정동영계 의원들과의 만남이 부쩍 잦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정 전 의장은 ‘평화와 경제’라는 핵심 의제을 앞세워 전국적인 네트워크 조직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 전 의장계가 이처럼 그간 열린당이 당운을 걸고 추진해 왔던, 소위 4대 쟁점법안에까지 부정으로 나서면서 통합신당추진 입장을 공공히함에 따라, 향후 정계개편 논의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급거에 폭발할 조짐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당내 또 다른 최대 계파인 김근태 의장계와도 갈등이 불가피한 모습인데, 이들은 서로 통합신당추진이라는 공통분모를 형성하고는 있지만 정계개편 주도권 문제를 놓고서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열린당 내부의 정동영․김근태계와 친노직계 그룹, 그리고 당 외부의 고건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세력들간의 정계개편 주도권 싸움이 벌써 시작된 모양새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안동대 특강에 나서,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이를 반노세력의 결집을 위한, 호남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정계개편 주도권 확보를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