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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국무총리가 8일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탄력적 계승’을 언급했다. 이는 최근 여권 내부의 정계개편 논의와 무관치 않은 모습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정계개편 주도권 확보를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오후 ‘21세기 한국의 선택’이란 주제로 안동대학교 특강에 나서 북한의 핵실험 사태 등에 대한 노 정부의 일련의 대응 상황을 언급하면서 “정부․여당의 오락가락하는 무정견과 극단적 국론분열은 북한의 핵실험에 못지않은 걱정거리”라며 강연 초반부터 노 정부의 대북정책을 겨냥해 작심한 듯한 날선 비판을 가했다.
고 전 총리는 “참여정부가 조장해온 분열과 갈등이 북핵사태로 또다시 새로운 차원으로 증폭됐다”고 강한 우려를 표한 뒤, “정부․여당은 엉거주춤한 채 원칙적인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면서 갈팡질팡 하는 정부 여당의 노선 혼란을 강하게 질타했다. 고 전 총리는 그 이유로 “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기존의 햇볕정책에 이념편향을 강하게 가한 경직된 대북유화정책으로 추진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노 정부가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깔린 셈이다.
고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으로 북한 변화를 유도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정책노선으로서 남북관계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정책으로 평가된다”고 추켜세운 뒤 햇볕정책에 근거하되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구사하는 ‘탄력적 햇볕정책’ 이른바 ‘가을 햇볕전략’을 주장했다.
고 전 총리는 “북핵실험이라는 중대한 상황변경에 따라 대북 협력정책의 수준과 방법에 분명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햇볕에도 춘하추동 사계절에 따라 변화가 있듯이 남북협력관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곧 중도실용적 위기대처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고 전 총리는 “남북관계에서는 전면적 ‘햇볕중단’도, 맹목적 ‘햇볕고수’도 둘다 극복하고 ‘햇볕을 천시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절하며 지속하는 실용적 중도노선’이 필수적”이라면서 “오늘날의 진정한 햇볕정책은 ‘안보’와 ‘포용’의 원칙을 시의에 따라 적절히 배합하는 탄력적 햇볕정책”이라고 했다.
고 전 총리는 계속해서 “북핵실험 사태 이후 현재상황은 일대 위기국면이지만 지금의 남북관계 시간대는, 6자회담 재개 소식이 말해주듯이 아직 엄동설한의 한겨울은 아니다”면서 “북한 탓에 싸늘해진 남북상황에서는 유화정책을 실용적 중도노선으로 신속히 교정해 지속적인 동포애와 추상같은 제재를 합리적으로 배합한 이른바 ‘가을햇볕전략'으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전 총리는 “따라서 남북경협을 더 확대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인도적․동포적 지원과 개성공단․금강산관광사업은 신축적으로 변화를 줘 계속 추진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탄력적 햇볕정책을 오늘의 상황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전 총리는 이와 함께 정치권의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해서도 “이 시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를 요구한다”면서 “중도대통합의 정치가 팔요하다. 이제 권력을 잡으려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 소모적 이념논쟁을 일삼는 정치, 비생산적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전 총리는 “이 시대 최고의 개혁은 국민을 통합해 국난을 타개하고 국가를 반도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것”이라면서 “중도대통합의 길로 국민통합을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요구이고 시대적 요청”이라고 말했다.
안동대 솔뫼문화관에서 진행된 이날 강연에는 재학생 등 1500여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