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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활을 건, 열린우리당 내 각 계파간의 정계개편을 둘러싼 ‘물밑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정기국회 회기 중의 정계개편 논의는 적절치 않다는 당 차원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전혀 아랑곳않는 상황인데, 그 기저엔 정계개편 구상을 둘러싼 당내 각 계파간의 입장이 분명하고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면화된 마당에 다음 수순은 ‘강대강’ 대결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모습이다. 어차피 ‘세결집을 통한 대격전’이 불가피한 만큼, 정계개편 주도권 확보를 위한 당내 각 계파간의 첨예한 사전 정지 작업은 오히려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다는 당 안팎의 관측이다.
우선 당내 최대 주주로 꼽히는 김근태 의장계와 정동영 전 의장계가 당내 정계개편 물밑 논의에 불을 당기고 있다. 이들 양 계파는 통합신당추진이라는 공통 분모를 형성하고는 있지만, 주도권 문제를 놓고서는 한치의 양보 없는 모습이다.
김근태 의장의 외곽지원조직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연)’ 사무총장 문학진 의원은 6일 정동영 전 의장계의 ‘바른정치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이강래 의원 등과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한 의견 교환 취지로 이날 저녁 만나기로 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이강래 의원측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사실에 대해 “당황스럽다”면서 “의례적으로 한번 보자고 했을 뿐, 구체적인 약속을 잡은 것은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측은 “뭐 마치 큰 일이 있는 것처럼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오후 회동 계획은 없다”면서 “누가 만나자고 하면 못 만날 이유가 없지만 회동 계획은 없다”고 재차 반복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김근태계와 정동영계가 통합신당추진이라는 목표에는 공통분모를 깔고는 있지만, 세부적인 논의 추진과정에서의 주도권 문제를 놓고 적잖은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실제 김근태계의 경우 김근태 의장 체제의 현 비상대책위원회가 정계개편 논의를 주도하기에는 구심력의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한 상징적인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고, 정동영 전 의장계 역시 향후 당 정계개편 논의 과정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지금쯤은 뭔가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큰 틀의 정계개편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주도권 문제가 걸린, 세부적인 상황에서는 각 계파간 이해득실의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당내 통합신당추진파의 물밑 정계개편 움직임에 맞서 당 사수파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신기남 의원이 좌장격으로 있는 당내 강경․개혁파인 ‘신진보연대’는 지난 주말 7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워크숍을 갖고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섰다. 신진보연대 대표 이원영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적 전환기에 모든 개혁세력이 통합해야 할 필요성을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통합의 과정이 또다시 대세를 쫓아 잡탕정당을 만드는 것이라면 결사반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 “열린당의 해체 또는 탈당을 통해 고건.민주당과 통합신당을 결성하려는 현재 일부의 경향은 도무지 수용할 수 없다”고 당내 통합신당추진파를 겨냥하면서 “전당대회를 통한 당의 재건뿐만 아니라 나아가 열린당의 새로운 발진과 범개혁세력의 통합을 이끌어갈 대선후보를 하루빨리 선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고 대선후보 조기선출론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친노직계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인데, 이들은 통합신당추진이 대세인 당내 흐름을 적절히 살펴봐가며 대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정계개편의 핵심인 노무현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당내 반응도 감안, 전당대회를 통한 한바탕 세대결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당내 중도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국민의 길’ 소속 의원들도 이날 오후 모임을 갖고 정계개편 추진을 위해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줄 것을 촉구하면서 모든 지역과 정파를 포괄하는 정계개편 논의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