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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을 받아 한명씩 한명씩 저승사자가 인도할 거다. 다음 년놈들도 준비하고 있거라’ 이렇게 돼 있다. 아무리 자신이 반대하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라고 하더라도 생명을 잃은 분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이 6일 격분한 모습으로 국회 기자실을 찾았다. 우 대변인은 지병인 암으로 지난 5일 새벽 향년 46세의 젊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자당 소속 구논회 의원(대전 서구을)의 부음을 전한 기사에 붙은 한 네티즌의 댓글을 소개하면서 흥분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저주를 퍼붓는 것은 악플 수준을 넘어서는 심각한 일”이라면서 비분강개했다.
그런데 우 대변인은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에 하나의 의심이 생겼다”면서 “그래서 뒤져보니,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이 내놓은 대책 중에서 사이버 전사 10만명 양성론이 나왔는데, 이때 사이버 전사 행동강령이 나왔다”면서 ‘사이버 전사 행동강령’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마치, 듣기에 따라서는 이같은 저주의 악풀들이 한나라당의 사이버 대책 문건 지침에 나와 있다는 듯한 어투였다.
우 대변인은 계속해서 ‘사이버 전사 행동강령’ 내용을 소개해 나갔다. “▲첫째, 논의가 불가능한 싸움을 유도 ▲둘째, 현정권의 정책에 호의적 의견을 내는 자, 한나라당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 자는 무조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노빠’로 몰아붙이기 ▲셋째, 좌우대립 구도 ▲넷째, 노무현을 희화화시키기. 주둥아리, 개구리, 쌍꺼풀, 무능함 등을 적절히 조합 ▲다섯째, 곧 나라가 망할 것처럼 위기론을 부추기기 ▲여섯째, 특정언론의 왜곡 편파 보도를 물타기‘ 등등 조악하고 부끄러운 용어들을 등장시키는 결과로 전개되고 있다는 판단”이라면서 “(저주의 악플은)이런 영향을 받았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의 말은 마치 구 의원의 부음기사에 붙은 댓글들이, 한나라당 사이버 전사 10만명 양성론 대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는 듯한 뉘앙스를 주는 모습이었다. 당장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지금 소개한 사이버 전사 행동강령’이 한나라당의 문건이냐‘는 물음에, 우 대변인은 “그런 것 없다”고 말했다. 재차 “’사이버 전사 행동강령‘은 어디서 나온 자료냐”고 묻자 분명한 출처를 밝히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사실상 구체적인 근거도 확인되지 않은채 무책임한 브리핑을 한 셈이다.
이에 앞서 우 대변인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최근 ‘서민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정당’ ‘떳다방 정치투기꾼의 술수와 같다’는 등의 열린당을 겨냥한 발언을 문제삼으면서 “표현수준이 과도해졌다”며 “요즘 아무리 대권 후보 3인의 활약으로 인해 야당 대표의 존재가 묻혀졌다고는 하나, 이렇게 몰인정한 말씀으로 국민 앞에 부각되려고 하는 것은 정치 상도의를 무너뜨리는 표현”이라면서 불쾌감을 피력했었다. 우 대변인은 “지지율 40%대 정당의 대표가 무엇이 두려워 10%대 정당의 몸부림을 야멸차게 박대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연말도 다가오는데 연말결산 삼아서 앞으로는 좋은 말, 고운 말, 덕담을 나누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우 대변인은 또 “(저주의 악플 등) 이런 것이 한나라당 지도부부터 의원들까지 지나치게 과도하게 공격적 언어를 사용해 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난 것은 아닌지 곰곰이 되씹어 봐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