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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 강행 사태에 따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방문했던 민주노동당 방북단이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인천공항 입국장은, 이들의 방북을 규탄하는 국내 자유애국진영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의 격렬한 시위가 진행되면서 한순간에 난장판으로 변해버렸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보수단체 회원들간의 격한 몸싸움으로 인천공항 입국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오후 3시경 입국장에 문이 열리고 민노당 방북단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방북 규탄 행사를 진행하고 있던 보수단체 회원들 사이에선 바쁜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 순간 보수단체 회원들을 둘러싸고 입국장 시도 진입을 저지하고 있던 경찰들 사이에서도 일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민노당 방북단의 입국장 도착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분산한 움직임이 있더니, 갑자기 대치상태에 있던 경찰들이 보수단체 회원들 코앞으로 다가가 철저히 애워싸기 시작했다. 경찰의 이같은 행동에 당황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경찰의 방패를 발로 차는 등 격렬한 저항을 펼쳤다. 이에 뒤질세라 경찰도 일제히 방패를 추켜 세우며 이들 보수단체 회원들의 시야를 가리자, 순식간에 양 진영간 격한 몸싸움이 시작됐다.
한참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오후 3시 30분경 마침내 민노당 방북단은 경찰과 공항경비대 30여명의 삼엄한 경호속에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입국장에 들어선 이들은 국내 보수단체 회원들의 시위를 의식, 마중나와 있던 민노당 당직자들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로 공항내 3층에 마련된 귀빈실로 바삐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들의 입국을 기다리고 있던 보수단체 회원들이 일제히 민노당 방북단에 접근하기 위해 애워싸고 있던 경찰의 '바리게이트'를 뚫기 시작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는 등 양 진영간에 한바탕 격한 몸싸움이 일어났다.
민노당 방북단 진입 시도가 저지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자 울분을 토했으며 이내 보수단체 이곳저곳에서 "국가반역 민노당은 즉각 해체하라" "김정일 지령받고 남한에 잠입하느냐"는 등 이번 방북을 규탄하는 구호들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진입 시도가 좌절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민노당 방북단을 향해 물이 든 생수병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민노당 방북단을 규탄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의 격렬한 시위를 뚫고 가까스로 귀빈실에 도착한 민노당 방북단은 5분여간의 비공개 회의를 가진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방북 결과에 대한 설명과 함께 방북 성과를 피력했다. 문성현 대표는 "다녀오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고 운을 뗀뒤 방북단의 성과를 보고했다. 귀빈실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던 와중에도 입국장 주변에선 보수단체 회원의 격렬한 구호가 계속됐다. 태극기를 흔들면서 "간첩소굴인 민노당은 즉각 해산해라" "민노당을 몰아내자" "좌파정당 민노당, 대한민국은 피멍든다"는 격한 구호가 귀빈실 주변에까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경찰의 저지선을 뚫으려는 일부 회원들의 격한 몸싸움은 계속됐다.한참을 입국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던 이들 보수단체 회원들은 곧바로 자리를 옮겨 민노당 방북단의 '퇴각로'(?)를 차단하기 위해 귀빈주차장으로 향했다. 경찰들과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며 대치상태를 벌이면서 구호를 외치던 보수단체 회원들은 "권영길 노회찬 문성현은 평양으로 돌아가라"면서 극렬한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귀빈실을 나온 민노당 방북단은 2~3대의 검은색 승용차에 나눠 타고, 귀빈실로 들어오는 도로입구를 역으로 주행해 인천공항을 빠져나왔다. 예상치 못한 '역주행 퇴각'로 당황한 시위대는 뒤늦게 도로변에 누워 차량 통행을 차단했으며, 이 과정에서 역주행을 방관한 경찰에 대한 심한 욕설들도 터져나왔다. 일부 회원들은 "빨갱이 XX들" "대한민국 경찰한테도 실망했다. 개XX들"등의 격한 발언이 터져나왔다.
역주행으로 인천공항을 빠져나온 민노당 방북단은 경찰차와 긴급후송차 등의 경호를 받으면서 서울로 향하는 인천공항고속도로로 접어들었으며, 공항 귀빈실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까지 이르는데 채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에 앞서 뉴라이트청년연합 자유한국포럼 구국결사대 무한전진 라이트코리아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나라사랑어머니연합회 등 국내 자유애국진영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은 2시 30분부터 인천공항 입국장을 에워싸고 민노당 방북단의 방북을 강하게 규탄했다.
뉴라이트청년연합 장재완 상임대표는 "민노당은 북한 조선노동당의 자매정당으로 활동하며 공개적으로 간첩 활동을 진행해 왔다"면서 "민노당의 행태는 더이상 공당으로서 자격이 상실됐다. 민노당의 즉각적인 해체를 촉구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장 대표는 이어 "북한의 그렇게 좋다면 귀국하지 말고 다시 북으로 돌아가라"고 성토했다. 이어 동시에 곳곳에선 "김정일의 하수인은 평양으로 돌아가라" "국가반역 민노당 박살내자. 자폭하라" "작업하는 간첩들의 희망정당 민노당은 해산하라"는 등의 격한 구호가 터져나왔다.탈북자 출신이자,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박상학 대표도 "대한민국 공당이 조선노동당의 제2중대가 돼서 간첩지령받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느냐. 북한으로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인천공항 입국장은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과 전경4개 중대 600여명이 3시간여가량을 긴장속에 대치를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김주복 '박사모' 대외협력위원장 등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팬클럽인 '박사모' 회원 일부도 참석했으며, 이들은 이날 행사에 앞서 '민노당 방북단은 북한으로 돌아가라'는 성명을 내고 민노당 방북단의 북한에서의 행태를 강력 비판하면서 "여러 정황으로 볼때 이들은 간첩단을 파견한 적과 비밀리에 접촉했으며 핵 실험 등으로 국가를 위기로 몰고 간 자들과 접촉해 대한민국을 위해할 음모를 꾸몄을 정황이 농후하다"고 발끈했다.한편, 문성현 대표, 권영길, 노회찬 의원 등 민주노동당 방북단은 귀국 직후, 인천공항 귀빈실에서 당원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는 등 이번 방북에 대해 대단히 만족하는 모습을 내보였다.
[영종도 인천공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