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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1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시론 <열린우리당의 ‘말기 시나리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한당(民韓黨)을 기억하는가. 80년대 초 전두환 정권의 ‘제1중대’라는 치욕적인 평가를 받았던 야당을. 한나라당은 그 민한당보다 더 못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유약하고 무기력한 제1야당이다. 노무현 정권의 난정(亂政)과 김정일 정권의 폭정(暴政)이 경쟁을 벌이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악의 난세 앞에서 ‘꽃미남’ 강재섭의 ‘준비안된 당 대표’, 대권주자라는 명찰만 달고 있지 하나마나 한 소리로 국민의 분노에 편승하는 ‘정치 평론가’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국민적 영웅이 없는 한나라당. 이것이 국민의 분노만 감안하면 노 정권의 재집권 가능성이 단 1%도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봐야 하는 논리적 근거다.
열린우리당이 단 1%도 되지 않는 재집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정계개편에 착수한 것은 주인 없는 한나라당에 대한 대반격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정계개편은 정권의 말기적 몸부림처럼 그냥 해보는 소리라고? 열린우리당의 집권 시나리오는 ‘정계 지각대변동’을 노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쉽게 붕괴되지 않을 것이니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과거처럼 야당 분열 공작으로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중 한 사람을 탈당시키는 방법은 쓰지 않을 것이다. 이들도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순간 몰락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집권세력이 이들 진영 중 하나를 선택해, 예컨대 대선 후보 본인이나 이들 진영에 소속된 핵심 의원들의 부정부패나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방식이다. 마치 제2의 대선자금 수사처럼. 벌써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분열되어 있는 대선 후보 누구도 편을 들지 않을 것이고, 표적에 오른 후보는 홀로 싸우다가 비리 사건에 대한 국민의 공분 속에서 사라지게 되어 있다. 한명씩 제거해나가는 방식이다. 이런데도 한나라당이 무너지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이 만드는 신당으로 백기투항하게 되어 있다. 한나라당의 도덕적 타락 운운하면서.
노 정권이 정계 지각대변동을 대선승리의 필수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면 이해찬, 문재인…노 대통령의 핵심인사들로 청와대에 거대 특보단을 만들 이유가 없다. 정계개편에 총매진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에서 한나라당으로 들어가는 정치자금 파이프에 대한 동결, 김대중 정권과 노 정권에서 낙하산·회전문 인사 덕으로 승승장구해 온 공직자들의 죽기살기 식 지원, TV 등 친노매체들의 광적인 편향 보도 등은 굳이 여권 핵심의 지시가 없어도 자동적으로 따라올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작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판 뒤집기가 전부 실패할 수 있다. 그러면 순순히 정권을 야당에 넘겨준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보수·우파 후보 및 논객들에 대한 무차별한 유·무형의 테러다. “남북관계만 잘되면 경제는 깽판을 쳐도 괜찮다”고 하는 이 집권 세력의 호전적 사유체계를 읽어야 한다. 정권만 다시 잡을 수 있다면 나라가 깽판이 돼도 눈하나 까딱 하지 않을 배짱을 갖고 있다고 봐야 내년 대통령선거가 어떤 양상이 될지 눈이 뜨일 수 있다. 바로 ‘테러 선거’ 가능성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김정일 정권이 대한민국의 대선에 단순 개입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남북 공동정권’ 탄생 작업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다. 북한 고위층을 만난 어느 인사는 “북조선이 남조선에서 800만표 정도는 움직일 수 있다”고 장담하는 소릴 듣기까지 했다. 386간첩사건을 보고도 헛소리라고 할 것인가. 열린우리당이 대선후보 결정방식으로 택한다는 오픈프라이머리는 대한민국 내 좌파·친북·반미세력에 의해 조종되는 ‘김정일 프라이머리’가 될지도 모른다. 북한으로서는 김대중 정권 이후 남한 정권에서 ‘한 우물’처럼 언제든 돈을 퍼다 쓸 수 있었다. 그걸 포기할 것 같은가.
내년 대선은 국가 붕괴를 시도해 온 ‘난정 세력’과 숱한 대가를 치렀지만 다시 글로벌 국가로 향하려는 ‘국가 재도약 세력’간의 처절한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자,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국민은 이들의 기회주의적 무임승차에 이젠 환멸까지 느끼고 있다. 기회가 올 것 같은가. 한나라당의 빅3는 먼저 순교(殉敎)할 각오부터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