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 대한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0․25 재보선 참패 이후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져 나오는 당내 정계개편 논의와 맞물려 정 전 의장에게로 당내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5․31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당의장직을 떠날 당시만 해도 재기가 여의치 않아 보였던 정 전 의장이 다시 기지개를 펴는 듯한 모습이다. 당장 당 안팎에선 정 전 의장이 ‘당내 세력 재결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최근 정 전 의장과 5․31 지방선거 이후 뿔뿔이 흩어졌던 당내 정동영계 의원들과의 만남이 부쩍 잦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만남은 주로 당내 의원들이 요청해와 이뤄지는 형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장측도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지만 (정 전 의장은) 주로 듣기만 한다”면서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실상 모종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열린당으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이 ‘백가쟁명’식 정계개편 논의로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정 전 의장에 대해 당내 관심은 쏠렸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김근태 의장 체제의 현 지도부는 정계개편 논의를 이끌어갈 구심력이 못된다는 설명인데, 정 전 의장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증오와 대결을 넘어 포용과 통합의 정치로 가야 한다”는 중도세력통합을 향한 구심점 역할 구상, 이른바 독일구상이 당내 정계개편 논의와 맞물려 당내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0․25 재보선 참패 이후 당 진로에 대한 논의가 통합신당 추진쪽으로 대세를 형성해 나가는 모습도 정 전 의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 중의 하나인데, 정 전 의장은 독일에서 귀국하자마자, “열린당 창당은 시대정신을 담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창당실패론’을 언급하면서 통합신당추진에 대한 의중을 내비쳤었다. 때문에 정 전 의장이 내놓을 통합신당 추진의 구체적인 움직임에 당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당내 기류가 정 전 의장에 대한 관심 수준에 그칠지, 세력 재결집으로까지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북핵문제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정 전 의장도 이를 의식한듯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북한 핵실험 사태 해결을 위한 행보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노무현 정부의 통일부 장관을 지낸기 때문에 그가 이 문제에 직접적인 당사자라는 것이다. 정 전 의장은 내달 15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돈 오버도퍼 교수 등을 만나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 전 의장측은 “구체적 방문 일정은 아직 조정 중”이라면서 “북핵문제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 전 의장을 중심으로 한 당내 세력 재결집 움직임의 본격화는 빨라야 내달 말경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 전 의장 스스로도 인터뷰에서 “나는 당의장을 떠난 것이지 정치를 떠난 것은 아니다”며 대선주자로서의 행보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 데다가, 개인 지지율 추락의 회복을 위한 특유의 ‘몽골기병식’ 행보가 먹혀들 경우, 정계개편 논의를 모멘텀으로 급속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