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당 3년여만에 ‘사망선고’를 받은 열린우리당이 당 진로를 놓고 격한 내홍을 치르는 중이다. 창당 주역들이 앞다퉈 ‘열린당 창당실패’를 자인하면서 민주당 등을 포함한 통합신당만이 살길이라는 해법으로 내놓았다. 창당 당시 민주당을 지역정당이라며 공격했던 이들이 ‘안면몰수식’ 제 살길을 찾아 나선 셈인데, 무원칙한 이들의 행동에 대한 비난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사망선고'까지 이르게 된 상황에 대한 진정한 사과없이 또다시 정치공학적 발상 아래 제 살길을 찾아나선 모습에 대해 격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열린당 창당 주역의 한 사람으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전 의장은 최근 “열린당 창당은 시대정신을 담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했으며,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열린당이 국민 신뢰를 상실했음을 고통스럽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민생개혁정치’ 실현에 뜻을 함께 하는 모든 세력과 인사들을 결집해 신당창당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김근태 의장도 “‘새천년민주당의 분당이 여당 비극의 씨앗이 됐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창당 당시 지역정당 타파라는 시대적 명분을 과업으로 내건 소위 ‘전국정당’을 기치로 민주당을 ‘구정치’로 몰아세우면서 열린당 창당에 나섰으며, 창당 논의가 본격화하던 당시 2003년 7월 정 전 의장은 민주당을 향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선동하며 DJ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며 원색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었다. 천 의원도 2003년 당시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향후 정치구도가 노선과 이념, 기본정책을 중심으로 짜여져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열린당 창당 3년여만에 무원칙적인 태도로 돌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여론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넷심'의 비난이 따갑게 쇄도하고 있다. 한 유명인터넷 포탈사이트에서 어느 네티즌은 “지금까지 개판치고 나라엉망으로 만들었으면서 신당 만들어서 껍데기만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느냐”면서 “진정 나라를 위한다면 열린당 공중분해하고 열린당 사람들은 전부다 정치 물러나서, 국민된 도리나 제대로 하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걸레는 삶아도 걸레”라면서 “그 나물에 그 밥 아니냐, 열린당 만들때는 무슨 마음으로 창당을 했느냐, 새로운 당을 만든다고 무슨 비전이 있느냐”면서 열린당 내부 통합신당 추진 논의 자체를 비판했다. 아이디 ‘herbion75’는 “실패한 정당이 명분도 없이, 신당이라니…”라고 혀를 차면서 “정권을 잡아 실패했으면, 국민심판을 받아 정권을 내놓으면 될 일을, 순리를 거스르고 또다시 꼼수를 부르고 있다”고 발끈했다.

    ‘sky999000’은 “지역주의청산이 오매불망 소원이었다면 애당초 선거 전에 창당해 열린당 대통령 후보로 정정당당 나서야지 왜 민주당 위장후보로 나서 호남지역주의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됐느냐. 빛좋은 지역주의청산 칼로 무기 삼아 호남세력을 제거하고 드디어 자칭 부산정권이라고 자랑스레 떠드는 게 바로 노무현 열린당의 지역주의청산 개혁의 실체냐”면서 “국민들은 그따위 더러운 노무현 영남좌파 일당의 음모.기만 정치사기극의 실체를 깨닫고 더 이상 한톨의 동정도 가지않아 노무현과 열린당을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라고 했다. 

    아이디 ‘tjdrnr371’은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전부 규제하고 뜬금없이 신도시 건설 얘기하더니 지들 집구석 고치는 것도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전부 포기하고 다들 짐싸고 나가서 새로운 집 지으려는 것이냐”면서 “부동산정책을 괜히 한 게 아니라, 복선이 있었던 것 아니냐"면서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열린당 내의 정계개편 논의를 빗대 비판했다.

    아울러 조선일보도 30일자 사설을 통해 “열린당이 굳이 신당을 하겠다면 먼저 그동안 열린당이 국민을 짓밟고 모욕하고 무시하고 외면한데 대한 엄정한 자기비판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면서 “국민을 향한 공개사과도 없이 국민의 눈을 속이기 위해 정당을 허물고 새로 짓겠다는 것은 몰염치스러운 짓”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또 “열린당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은 이 정권과 함께 지난 3년 8개월 철저하게 국민을 외면하고 무시하고 괴롭혀 왔기 때문”이라면서 “열린당은 이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대한민국 역사에 흙탕물을 끼얹고 건국공로자들을 매도하고 국민을 갖가지 기준으로 갈가리 찢어 놓고 자기들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특수신분’인 양 거드름을 피우며 위선의 놀음을 벌일 때 그 선봉을 서왔던 세력이며, 지금까지 열린당이 이 정권의 들러리로 입에 올려왔던 말들은 자주니, 대연정이니, 양극화니, 세금폭탄이니 하는 민생과는 철저히 담을 쌓은 단어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