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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25일 전국 9곳의 재보선 결과가 나온 직후, ‘이미 예견했다’는 듯한 애써 태연한 반응을 내보이면서도 이번 재보선 결과가 몰고 올 향후 정계개편 등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전남 해남·진도 선거 결과를 통해 호남민심이 확연히 드러난데다가, 재보궐 선거 기간에 벌어진 김근태 의장의 개성공단 ‘춤판’ 파문 등이 맞물리면서 당내 지도부 책임론 제기에 대한 우려의 표정이 역력한 모습이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재보선 결과가 윤곽을 드러낸 직후인 오후 10시 기자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고개 숙여 받아들인다"며 "곧 재창당의 기조와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 실천계획을 마련해 정기국회 이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재창당의 수준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획득해 가면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재창당이든 개혁세력통합이든 용어는 관계없지만 결국 중도개혁주의를 표방하는 개인과 집단, 세력들이 합의할 수 있는 노선과 비전을 갖고 통합의 길로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 위원장은 또 "재창당의 기조와 방향, 프로그램은 결국 현재의 지도부에서 마련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다음 지도부가 언제 선출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없지만 구체적인 실천작업은 다음 지도부에서 이뤄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선거참패로 당내에서 정계개편 논의가 구체화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일 임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그런 문제 제기와 관련한 기본입장을 정리할 생각"이라고 했으며, 전당대회와 관련한 논의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에 지도부 토론을 통해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재보선 결과가 나온 이후 구두 논평을 통해 "이번 재보선 결과로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았다. 더욱 분발하겠다"고 착잡한 심정을 피력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은 서민경제를 회생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라는 준엄한 명령"이라면서 "열린당은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을 지는 집권여당으로서 겸허한 자세와 무거운 책임감으로 서민경제 회복과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 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열린당은 이날 오후 8시 30분에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 선거개표상황실을 꾸리고, 김근태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원혜영 사무총장, 이목희 당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모여 선거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간간히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침체된 당내 분위기 속에서 침울한 표정이었다.김 의장 등 당 지도부는 굳게 입술을 다문채, 굳은 표정으로 재보선 결과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이내 곧 자리를 떴다. 다른 당 지도부들도 애써 굳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대체로 한산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개표결과를 지켜보면서도 간간히 귓속말을 나누는 등 향후 파장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앞서 당의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 만나 “재보선 때만 되면 정말 힘들다”면서 “도대체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 의원은 “재보선 결과가 나오더라도 당의 입장은 뻔하지 않겠느냐. ‘재보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등의 말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했다.이 의원은 또 “개표 결과 상황실도 꾸리지 않는다고 하면 ‘결과가 뻔하니까 안 한다는 소리’가 나올 것 아니냐"면서 곤혹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열린당은 이날 당초 오후 9시 당 지도부 회의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었지만 8시 30분으로 30분 앞당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