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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개성공단 '춤판'의 후유증이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10․25 보궐선거 완패 전망과 맞물리면서 ‘당이 정계개편의 객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의장의 지도력에 분명한 한계점이 드러난 이상 소속 의원들의 불안감이 현저하게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때문에 보선 이후 김 의장 책임론과 함께 정치권 상황이 정계개편 정국으로 급속히 전환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내 친노 그룹의 대표적인 한 의원은 2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은 지난 5․31 지방선거를 통해 사망선고를 받고 김 의장은 이번 건(개성공단 춤 파문)으로 사망선고를 받았다. 당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갔다”며 “김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지도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이어 “25일 치러지는 두 곳의 보선도 확실한 패배가 예상되는 만큼, 김 의장이 당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지도력의 한계가 분명해졌다”면서 사실상 보선 이후, 김 의장 체제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이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김 의장 춤 파문이 책임론의 도화선이지만, 직접적인 명분은 보선 결과에 따른 지도력 부족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지도부가 제대로 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원들도 흔들릴 것”이라면서 “실제 주변의 많은 의원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사실상 춤 파문이 보선 결과와 맞물리면서 정계개편의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특히 김 의장의 춤 파문에 대해 “대선주자로서, 당 의장으로서의 직무가 오버랩되면서 무리수를 둔 측면이 있다. 위기 상황의 당을 이끌면서 치밀함과 비장함이 전혀 없다”면서 “개성공단 내에 근로자식당이 있는데 거기가면 되지, 도대체 왜…”라고 탄식했다.
이는 김 의장이 개성공단 춤 파문을 통해 자신은 물론 당으로서도 더 이상 회복불능의 상황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셈이라는 설명인데, 또 다른 의원들도 ‘당이 힘든 상황에서 김 의장이 사고를 쳤다’ ‘김 의장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쏟아내는 등 사실상 지도부 책임론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번질 전망이다.
당내 중도성향의 의원모임인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도 이날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시하고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민감한 시기에 당내의 충분한 논의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방북을 감행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김 의장은 국민과 당원들에게 공개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당 지도부를 겨냥해서도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증폭된 국민들의 큰 충격과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최대한 노력하고 북한이 절대 오판하지 않도록 언행에 신중을 기하라”고 경고도 했다.
정장선 의원도 춤 파문 직후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 의장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권 전체에 대해서 '왜 그렇게 철이 없느냐'는 식의 비난이 쏟아지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하면서 ”당장 의원들이 그 문제에 대해서 뭐라고 하진 않겠지만, 10.25 재선거가 끝나면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다"며 당내 분위기를 언급한 바 있다.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당 일각에서는 지난 1일 독일에서 귀국한 정동영 전 의장의 행보에 안테나를 곧추세우는 모습도 감지된다. 춤 파문에 이은 보선 완패 전망 등으로 소속 의원들의 불안감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 전 의장 특유의 ‘몽골기병식’ 행보를 통한 당내 분위기 전환에 기대감을 내보이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정 전 의장은 추미애 전 의원의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취임식에 참석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나는 당의장을 떠난 것이지 정치를 떠난 것은 아니다”면서 대선주자로서의 행보에 나설 뜻을 것임을 시사하는 등의 ‘신중도론’을 통한 중도통합론을 내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정 전 의장의 이런 정치적 행보가 이번 사태와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도 정 전 의장의 행보를 '다시 정계개편의 주역이 되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춤 파문에 뒤이어 나올 보선 결과는 여당 내 ‘제3의 후보군’로 분류되는 천정배 김혁규 의원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의 본격적 '제 목소리 내기'로 이어질 공산이 커 자칫 여권 전체가 급속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조짐도 예상된다.
한편,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인천남동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우섭 후보의 사무소에서 가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자신의 춤 파문에 대해 "침소봉대라는 말이 있는데 일부 언론 보도가 그렇다"고 주장하면서 언론 보도에 불쾌감을 나타낸 뒤 "춤판, 추태는 없었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 무대에서 30~40초 동안 격려하고 박수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서 부적절하고 부주의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이 이것을 침소봉대하고 나와 열린당의 평화수호노력을 왜곡하는 정치공세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되레 역정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