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빅3’의 ‘호남 공략 경쟁’에 시동이 걸린 모습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앞 다퉈 ‘광주의 큰 어른’ ‘5·18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광주지역 대표 인권변호사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빈소를 찾고 있다.

    손 전 지사가 14일 밤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것에 이어 박 전 대표는 15일 오후에, 이 전 시장은 16일 오후 홍 변호사의 빈소를 방문, 고인의 넋을 기린다. 홍 변호사가 호남지역에서 갖는 ‘상징성’ 때문에 이들의 조문 행렬은 호남 민심을 노린 대권행보로 읽힌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조문은 홍 변호사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민주화 투쟁한 ‘대립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당시 빈소를 지키고 있던 기자들과 시민들에게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오후 6시쯤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박 전 대표는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 방문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홍 변호사는) 일생을 원칙을 갖고 양심을 지키면서 한국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기여한 호남의 양심이었다”며 “이 나라의 민주와 인권신장을 위해 헌신하신 분이었다”고 극찬했다.

    그는 홍 변호사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대립적인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산업화 이후 민주화를 이룬 공 역시 높이 평가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산업화를 이끈 박 전 대통령의 업적’과 ‘박정희 정권에 대항해 민주화 투쟁을 했던 민주화 세력의 업적’을 동등하게 평가한 발언이다.

    “존경받는 분의 명복을 빌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는 박 전 대표지만 그의 광주 방문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대권행보와 맞닿아 있다. 당 대표 재임시절 호남을 17차례나 방문할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던 박 전 대표지만 호남지역에서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호남의 양심’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지역민들에게 추앙받는 홍 변호사의 빈소를 찾은 것으로 ‘동서화합’은 물론 ‘민주화 세력’으로까지 그 보폭을 넓히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도 1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홍 변호사는 DJ-노무현 정권과 관계없이 국민의 뜻과 달리 하는 권력에 대해서는 정권을 초월해 질타를 한 변호사였다. 의인으로서 존경받는 분의 빈소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박 전 대표가 상당히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고건 전 국무총리는 “어른은 가셨지만 그 분의 뜻은 우리마음에 영원할 것”이라는 내용의 조문사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