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200여명에 이르는 열린우리당 핵심 당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4일 전남·광주를 시작으로 전국을 한바퀴 돌며 진행된 핵심당원연수가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메트로홀에서였다. 이날 행사에서 지도부는 당의 진로와 비전에 대해 설명하며 ‘다시 한번 해보자’며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핵심 당원 대다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10%대의 낮은 지지율, 이렇다할 대선주자 하나 없는 집권 여당의 현실에 끓어오르는 분을 삭히는 듯 굳게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2007년 대선 전략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경선제) 도입 등에 대한 당 전략기획위원장 이목희 의원과 백원우 의원의 대선 승리 희망이 담긴 장황한 설명이 있었지만 이도 잠시, “두고 봐야 알 일이지…”라는 등의 싸늘한 목소리만이 이곳저곳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김근태 의장은 연거푸 당원들을 향해 “죄송하다”고 했다. “국민의 아픔을 외면한 죄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고도 했다. ‘때늦은’(?) 반성에도 불구하고 핵심 당원들에겐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리는 모습이었다.

    김 의장은 이내 "우리 말에 삼세번이 있다"면서 “정권교체, 정권재창출이라는 두 번의 정치적 기적이 있었다. 마지막 정치적 기적이 2007년 정권재창출이라고 믿는다”며 “다시 한번 손을 잡아 주시길 바란다”고 당원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김 의장은 “정권재창출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면서 “한나라당은 21세기 대한민국을 감당할 수권세력이 될 수 없다.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일했던 여러분의 땀과 눈물이 지워질 수 있다. 더우기 여러분 아들딸의 미래 자존심은 어떻게 하겠느냐”며 절박한 위기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당 전략기획위원장 이목희 의원도 수차례 “염치없다” “송구스럽다”는 말을 되내었지만 역시 핵심 당원들 대다수 반응은 싸늘, 그 자체였다. 

    이 의원은 먼저 “5․31 지방선거 끝나고 ‘열린당 해체된다’고 했는데 없어지지 않았다”면서 “‘뉴딜’(사회적 대타협) 잘하고 오픈프라이머리 잘하고 해서 당원과 국민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 우리의 때가 온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누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될 줄 알았느냐. 우리가 기적을 못 만들 이유가 없다”면서 “우리당의 새로운 비전 중도개혁세력 통합해 내면 우리가 이긴다. 이제는 실천해야 한다. 이런 말 드릴 때마다 송구스럽지만 제안하고 요청한다”고 공허한 호소를 했다. 간간히 박수는 터져나왔지만 열띤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의원은 “개혁적 과제를 실용적 방법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도개혁”이라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서 개혁을 해야 한다. 수구기득권 정당과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염치가 없지만 당원들이 각자 자신의 동네에 가서 열심히 (이를) 얘기할 때 지지도가 올라 갈 수 있다”고 독려했다. 대다수 당원들은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이어 진행된 질문시간에는 핵심 당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서울 동작구 운영위원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당원은 “현 정부의 오만에 대해 말하고 싶다. 국민 대다수가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정책을 고집스럽게 맞다고 하는데 검토돼야 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옳다고 우기면서 내년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당원은 “창당할 때 모두 바꾸자는 굳은 의지를 가졌지만 지금 하는 모든 정책과 행위를 보면 도저히 당원으로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도봉지역의 한 당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당이 추진한 국가적인 개혁프로그램 중에서 성공한게 뭐가 있느냐”고 따져 물으면서 “국가보안법 문제로 엄청 시끄럽게 하더니 결국 어떻게 됐느냐”고 했다. 이 당원은 “꼭 하려는 개혁이면 꼭 해야 하는데, ‘숫자가 부족하다’ ‘레임덕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시당위원장 유인태 의원은 행사 시작을 알리는 인사말을 통해 “당이 어려움에 처한게 된 데 대해 거듭 죄송하다”며 “(당)꼬라지가 이렇다보니 (행사장도)작은 곳을 잡아 못들어온 분들이 많았다”면서 연거푸 머리를 조아렸다. 유 의원은 이어 “망해가는 집 분위기는 서로 남탓을 하면서 망하고 깨진다. 우리가 어려움 속에서 겨울을 버티면 새봄과 더불어 큰 희망이 올 것”이라면서 “너 때문에 당이 이꼴이 됐느니 하는 것보다 미래를 준비하자”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와, 김한길 원내대표, 이인영 임종석 의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