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단독행사 문제가 내년 대통령선거와 연계될 움직임으로까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을 놓고 보수시민단체와 진보시민단체간의 심상치 않은 기류가 일고 있다. 정치권의 전작권 논란이 이들 양 진영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옮겨 붙으면서 양진영간의 일대 충돌마저 예고되고 있는 모습이다. 

    갈등은 최근 보수단체들이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 중단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라는 단일대오를 꾸리고 “현 정부에서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이 이뤄지더라도 전작권 재협상을 공약하는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하겠다”면서 내년 대선연계 움직임을 보이자, 참여연대 등 국내 진보시민단체가 “무책임한 정략적 선동”이라면서 보수단체의 움직임에 발끈하고 나서면서 양 진영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국가보안법 언론관계법 사립학교법 갈등에 이어 전작권 갈등이 보혁갈등의 뜨거운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 중단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구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뉴라이트 계열의 선진화국민회의 권태근 사무부총장은 이날 MBC 라디오 시사프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진보단체들의 ‘무책임한 정략적 선동’이라는 비판에 대해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라면서 혀를 찼다. 권 부총장은 “국가의 안보와 관련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 국민이 대다수가 불안해하고 반대하고 있는데 그것을 정략적이라고 얘기한다면 정말 할 말이 없다”면서 일축했다.

    권 부총장은 이어 “국민 대다수의 생명과 재산이 걸려 있는 문제인데, 어떻게 이 문제가 보수진보가 따로 있겠느냐”면서 “당연히 재협상을 요구해야 되고 재협상을 요구하려면 차기 정부의 구성,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 있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침소봉대 돼 가지고 실제로 이 문제에 대한 국민의 걱정을 대변하고 있는 단체나 움직임들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폄하하는 것은 정말 넌센스”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날 ‘손석희의 시선집중’ 라디오 방송에 권 부총장의 상대 토론자로 나온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유권자단체, 혹은 시민사회단체가 특정정책에 대한 찬반을 가지고 대선에서 자기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문제는 사실과 다른 얘기, 혹은 맥락도 닿지 않는 얘기를 가지고, 또 사실은 전직 안보전문가들로 자처하는 분들이 철 지난 옛 노래를 계속하면서 국민들에게 ‘이런 정책 방향으로 가야된다’ 라고 집단적으로 주장한다는 것인데, 그것도 굉장히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사실 그런 정치적 목적에 대해서 들어야 되는 국민들이 매우 불행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치인들도 곤혹스러울 것”이라면서 반박했다.

    이 처장은 또 “지금 서명을 하고 있는 전직 장성들이나 국방장관들, 전직 외교관들의 주장을 한 마다로 요약하면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한다거나 한미관계가 심각한 갈등에 빠질 것이란 것인데, 사실은 이분들이 재직 시절에 작전통제권을 환수해야 된다고 얘기했고 또 작전통제권 환수가 바람직한 시대의 방향이라고 주장했던 분들이고, 작전통제권 얘기는 따라서 지금 당장 나온 얘기가 아니고 한미간에 충분히 논의돼서 성숙된 채로 나온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되면 모든 것이 절단 나는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면서 보수단체의 대선 전작권 대선연계 움직임을 ‘무책임한 정략적 선동’이라고 비판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