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공회충 씨는 아버지와 같이 사는 집에서 부지런히 원고 작성중이었다. 오늘 밤까지 끝내야 하는 원고였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그런데 갑자기 윗 집에서 쿵쾅 대는 소리가 났다.

    이런 씨이이이이바아아아알.

    공씨는 속으로 욕을 했다. 며칠 전에도 윗 집의 어린애들이 쿵쾅대서 올라가서 단단히 경고를 했건만 오늘도 또 지랄이다. 이번에는 한번 올라가서 된통 깽판을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적당한 빌미도 생겼으니 깽판 놔도 상관없다. 그런데 혹시 윗 집 사람들이랑 시비가 붙으면?

    몸으로 가뿐하게 때우고 나오면 되지!

    가진 것 없는 공씨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으므로 아쉬울 것이 없었다. 공씨는 쓰고 있는 단락만 다 완성한 뒤 윗 집에 올라가 한바탕 하기로 마음먹었다. 고맙게도 윗 집의 어린 것들은 집요하게 쿵쾅대며 공씨를 더욱 즐겁게 했다.

    스트레스 좀 쫙 풀어보자.

    그저 세상살이하며 쌓인 스트레스는 만만한 놈들에게 지랄하고 깽판이나 놓으며 푸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다. 한바탕 난리 깽판을 치고 윗 집 사람들한테 싸가지 없는 애새끼들이나 부모나 똑같다고 비아냥이나 던져주고 나오면 속이 시원할 것이었다.

    공씨는 쓰던 단락을 마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윗 집으로 가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위층 계단으로 가는데 어느 남자가 그의 앞을 가로 막았다. 공씨는 얼른 그를 피해 위층으로 가려는데 그 남자의 손에서 번뜩이는 무언가가 공씨의 목 아래로 날아들었다.

    ‘가만히 있어!’

    조용하지만 힘있는 목소리였다. 공씨는 순간 섬뜩한 살기를 느끼고 멈춰섰다. 공씨가 아래를 내려다 보니 공씨 앞에 달빛을 받아 차가운 빛을 내는 칼 끝이 있었다. 공씨는 온 몸이 다 얼어 붙어 버렸다.

    ‘돌아서.’

    공씨는 사내의 말을 들었지만 온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빨리!’

    사내는 낮은 목소리로 강하게 말했다. 공씨는 그제야 뒤로 돌아섰다. 그때 사내는 복면을 덮어 썼다. 공씨는 사내의 칼에 정신이 팔린 까닭에 사내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조용히 집 안으로 들어가.’

    공씨는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내딛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있었나?’

    ‘그래요.’

    공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사내는 집에 들어가자 마자 공씨를 발로 걷어찼다. 불시에 걷어차인 공씨가 땅바닥에 엎어지자 공씨의 코 앞에 칼을 들이댔다.

    ‘허튼 짓하면 죽을 줄 알아!’

    사내는 공씨에게 밧줄을 던져 주었다.

    ‘네 손을 묶어!’

    공씨는 밧줄을 집어 들었다.

    ‘제대로 안 묶으면 죽어!’

    사내는 공씨를 다시 한번 윽박질렀다. 공씨는 사내의 기세에 눌려 찍 소리 못하고 제 손을 거실 탁자 다리에 묶었다. 사내는 공씨 곁으로 다가오더니 공씨의 다른 손을 거실 탁자 다른 쪽 다리에 묶었다. 이렇게 해서 공씨는 두 손이 다 거실 탁자에 묶인 신세가 되었다. 공씨는 그제서야 제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너 누구야? 날 어쩌려는 거냐?’

    사내는 공씨의 말을 무시하고 이번에는 공씨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 너 뭐 하는 거야!’

    공씨는 두 다리를 움직이며 사내가 자신의 바지를 벗기지 못하게 하려 했다.

    ‘이 새끼, 가만히 안 있으면 죽을 줄 알아!’

    사내가 다시 한번 칼을 공씨의 목 밑에 들이댔다. 공씨는 흠칫 놀라 저항을 멈췄다. 그러자 사내가 공씨의 바지 벨트를 풀고 바지를 쭉 끌어 내렸다. 공씨의 아랫도리는 검정색 팬티 한 장이 가리고 있었다.

    이 새끼 도대체 뭐야…변태인가?

    공씨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날 어쩌려는 거냐!’

    공씨가 사내에게 물었다.

    ‘닥치고 있어.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거다.’

    이번에는 사내가 공씨의 팬티를 쭉 끌어내렸다. 공씨의 팬티를 끌어 내리자 바짝 오그라 붙은 공씨의 물건이 드러났다. 사내는 공씨의 물건은 쳐다 보지도 않고 공씨에게 곧장 물었다.

    ‘돈 어딨냐?’

    ‘개새끼야. 모른다!’

    ‘이런 씨발, 좆대가리를 잘라 버린다. 돈 어딨어!’

    사내가 협박을 하자 공씨가 대꾸했다.

    ‘진짜 몰라. 새끼야.’

    ‘왜 몰라. 니 집에 니가 둔 돈이 어딨는지도 몰라?’

    ‘그래, 몰라 새끼야. 이 집에 돈도 없고 돈 있다고 해봐야 우리 아버지 돈이다. 이 개새끼야!’

    공씨는 잔뜩 짜증난 말투로 말했다.

    ‘아니 그런데…아 이 새끼 인터넷에 글쓰는 공회충이란 놈 아냐?’

    복면 쓴 강도가 그제서야 공씨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야, 너 공회충 맞지?’

    ‘그래. 이 새끼야. 내가 공회충이다. 나 가진 것도 없는 놈이야. 이 씨발 놈아. 강남의 가진 새끼들이나 털지 왜 나 같은 개털 같은 새끼한테 와서 이 지랄이야. 이 변태 새끼야.’

    ‘내가 왜 변태야?’

    ‘야 이 씨발 놈아. 나이 마흔이 다 되가는 내 좆은 왜 꺼내놓고 지랄이야. 빨리 옷이나 입혀!’

    ‘야 임마, 좆 내놓은 것은 니가 도망갈 까봐 이렇게 해 놓은 거야. 새끼야. 빨리 돈이나 내놔. 그 돈 먹고 조용히 갈께.’

    ‘이 새끼, 돈 없어 임마. 빨리 꺼져 새끼야.’

    ‘아, 이 새끼 진짜 말 안 통하네. 야 이 씨발 놈아. 내가 씨발 니네 집 구석 다 뒤져서 돈 나오면 죽을 줄 알아라. 천원에 한 대씩이다.’

    ‘씨이이이이바아아아아알 노오오오옴아!’

    공씨는 악을 써댔다. 그런데 공씨가 악을 써댈 때 윗 집 어린 녀석들은 쿵쾅쿵쾅 더욱 난리를 쳐댔다.

    저 놈의 애새끼들!

    공씨는 더욱 미칠 노릇이었다. 한편 강도는 공씨의 집안 전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강도가 집 안 전체를 뒤지는 동안 공씨는 온 몸을 버둥거려 보았으나 두 손이 거실 탁자에 묶여 있어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야! 이 새끼야!’

    공씨는 두 눈 뜨고 돈을 뺏긴다는 것을 참을 수 없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도가 나타나 공씨의 입을 넥타이로 꽁꽁 묶었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공씨는 눈을 부릅뜨고 강도를 노려 보았다.

    ‘어쭈, 임마. 니가 날 꼬나보면 어쩌겠다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