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는 세차게 공씨의 다리를 걷어찼다. 구두 신은 발로 걷어찼기 때문에 꽤 아팠다.

    ‘이런 씨이이발, 이 놈의 집구석 가진 것도 졸라 없네.’

    강도는 공씨의 입을 막고 있던 넥타이를 풀었다.

    ‘야, 돈 어딨어. 돈 내놔. 새끼야!’

    ‘야, 이 새끼야. 니가 나한테 돈 맡겨놨냐! 왜 돈 내놓으라고 지랄이야. 이 씨발 놈아!’

    공씨는 고래고래 악을 써댔다.

    ‘이 씨발 놈아. 강도가 내놓으라면 내놓을 것이지 뭔 말이 많아!’

    ‘이이이이이 가아아앙도오오오노오오옴아아아!’

    공씨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소리를 질러댔다. 그때 강도가 공씨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죽어!’

    ‘그래 찔러 봐! 찔러 봐!’

    ‘호오오오오, 그래애애애. 찔러 주지!’

    강도는 공씨의 허벅지를 칼로 콕 찔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공씨가 집이 떠나가라고 비명을 질렀다.

    ‘야 임마, 콕 찔렀어!’

    공씨가 강도의 말을 듣고 비명을 멈췄다.

    ‘돈 내놔. 돈 받으면 간다니까.’

    ‘없어! 임마!’

    ‘하아아아, 이 씨이이발놈 말 안 통하네.’

    ‘빨리 꺼져!’

    ‘야 임마, 지금 니가 나한테 명령하는 거냐?’

    강도가 다시 칼을 쳐 들었다.

    ‘왜 남이 고생해서 번 돈을 뺏아가냐!’

    공씨가 강도에게 소리쳤다.

    ‘야. 이 씨발 놈아. 좀 같이 먹고 살자. 너 같이 가방 끈 긴 새끼들이 진작에 세금 많이 내서 우리 좀 나눠 줬으면 나 같은 새끼가 강도 안 되잖아!’

    ‘야, 이 개놈아! 나 같은 놈이 돈이 어딨냐? 강남 부자들한테나 세금을 팍팍 받아야지! 그 놈들한테 달라고 하면 되지. 왜 나한테 와서 지랄이냐!’

    ‘야, 이 새꺄. 강남 새끼나 너나 다 그 놈이 그 놈이지. 다르긴 뭐가 달라. 그리고 씨발 놈아. 강남 새끼들은 털어 먹기도 힘들어. 너나 나 같은 개털들이나 털어먹기 편하지. 강남 새끼들 털어먹겠다고 엉뚱한 짓 했다가 재수없으면 깜빵가는 거야.’

    공씨는 일단 강도와 타협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아. 알았어. 일단 이 묶은 거나 좀 풀어주쇼. 그리고 제발 내 아랫도리나 좀 가려줘!’

    그제서야 강도가 공씨의 아랫도리를 내려다 보았다. 공씨의 물건이 바짝 오그라 붙어 있었다.

    ‘낄낄, 대학 나온 새끼나 못 나온 새끼나 좆대가리는 다 똑같이 생겼군.’

    강도는 피식 웃었다. 공씨는 그것이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기분이 더 나빠졌다. 하지만 별 수 없었다.

    ‘이것 봐. 우리 원만하게 합의보자고. 내가 경찰에 신고 안할께. 내가 돈 좀 줄께.’

    ‘씨발 놈아. 지랄하지 말라고. 경찰에 신고를 안 해? 내가 그 말 믿을 성 싶냐? 너를 어떻게 믿냐?’

    ‘왜 못 믿어?’

    ‘야, 너 원래 노무현 지지 논객이었지?’

    ‘그래. 임마.’

    ‘그런데 이제는 말 바꿨잖아.’

    ‘그래. 새끼야.’

    ‘그리고 그 이전에는 재벌 회장 비서였대매?’

    ‘그래.’

    ‘넌 왜 이랬다 저랬다 하냐?’

    ‘뭐?’

    ‘왜 이랬다 저랬다 하냐고오오오! 씨발 놈아!’

    ‘그…그럼 내가 철…철새라는 거냐?’

    ‘그래.’

    ‘야, 임마 현실에 따라 지지세력을 바꿀 수도 있는 거지!’

    ‘그래도 좆 달린 새끼가 아쉬울 때마다 말을 바꾸냐? 노무현이 최고랄때는 언제고 이제는 노무현 죽일 놈이야? 그런 네 말을 어떻게 믿냐?’

    공씨는 강도의 말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저 살아나는 것이 중요했다. 장가도 못 가보고 죽기는 싫었다. 이 강도란 놈은 아마도 인생 종친 놈이 분명했다. 이런 놈은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는 법이므로 함부로 건드릴 필요가 없었다.

    ‘좋아, 좋아 돈 줄께. 이것 좀 풀어줘.’

    ‘네가 돈 있는 곳을 불어.’

    ‘이거 풀어줘!’

    ‘빨리 불어라.’

    강도가 발로 공씨의 엉덩이를 툭툭 찼다.

    ‘이런 씨이이이발. 이게 무슨 짓이야. 사람한테 너무 건방지잖아!’

    공씨는 자기 스스로도 말을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강도에게 묶여 있는 주제에 ‘건방지다’라니?

    ‘이 새끼가 미쳤나? 니가 내 애비냐? 건방지긴? 임마 니가 건방져 새끼야!’

    강도가 세차게 공씨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아이고오오오오오오!’

    ‘야, 임마!’

    ‘왜?’

    ‘빨리 돈이나 내놔. 시키야!’

    ‘못 줘! 왜 남이 힘들게 번 돈을 뺏아가는 거냐?

    ‘어이 씨발, 지랄하고 자빠졌네. 너희같이 가방끈 긴 자식들이 우릴 배려 해주지 않으니 직접 수금하러 온 거 아냐? 빨리 돈 내놔.’

    ‘못 줘어어어어어!’

    ‘야, 니가 강남 새끼들한테 돈 내놓으라고 지랄하는 거나 매한가지 잖어?’

    ‘뭐어어어?’

    ‘니가 맨날 써대는 글 한 줄로 줄이면 강남 새끼들 돈 내놔라 이거 아냐?’

    ‘…’

    ‘빨리 돈 내놔. 더 얻어맞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