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씨는 우물쭈물 고민하기 시작했다. 공씨의 머리 속에 지갑 속에 든 돈이나 몇 푼 주고 이 미친 놈을 돌려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돈이면 공씨가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몇 근 실컷 사먹을 수 있다. 그런데 그 피 같은 돈을 이런 변태 강도 놈한테 줘야 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공씨는 그래도 이 강도 놈과 대화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시간을 끌어 보자는 것이 공씨의 의도였다.

    ‘나나 강남 새끼들이나 똑같다고?’

    ‘그래 임마.’

    ‘야, 내가 부동산 투기를 했냐? 몇 푼 안되는 세금 안내겠다고 발악을 했냐?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 지랄이야. 오히려 너 같은 놈들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려고 강남 새끼들 돈 내놓으라고 그런 거야. 임마!’

    ‘지랄하고 자빠졌네. 야 그건 내가 알바 아니고. 나 같은 가방 끈 짧은 놈이 볼 때는 너 같은 새끼들이나 강남 새끼들이나 다 거기서 거기야. 이 씨발 놈아. 너도 가방 끈이 기니 기득권층 아냐. 기득권층. 그래서 너도 재벌 회장 비서 노릇도 했던 거 아냐. 너 같은 놈은 우리를 걱정해서 강남 새끼들을 씹어대는 것이 아니라 네가 권력을 챙겨 먹기 위해 지랄하는 거 아니냐. 내 말이 틀려? 응?’

    ‘그래…뭐 씨발 니 말이 옳은 것도 있어. 그런데 내가 강남 패거리들하고 똑같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거야.’

    ‘말이 안되긴 뭐가 안돼. 우선 니 말 자체를 믿지를 못하겠어. 언제나 노무현 최고라고 했다가 이제는 죽일 놈이야? 그렇게 치면 너는 언제라도 말 바꿀 수 있는 놈이야. 노무현이나 너나 똑같은 놈이라고. 강남 패거리들 죽일 놈이라고 맨날 씹어서 권력을 잡아놓으면 너 같은 놈은 그 놈들에게 몇 푼 받고 얼마든지 말 바꿀 수 있는 자식이란 말야.’

    ‘내가 미쳤냐? 내가 그런 짓하면 지지자들에게 맞아죽는다!’

    ‘노무현이도 그렇게 됐잖아.’

    ‘그거야 내가 알 바 아니야!’

    ‘야 새끼야. 이 나라를 굴려 가려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거야. 나라를 제 지지자들만 데리고 굴려 갈 수 있냐? 그러니 다른 패거리들을 달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고.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너나 나 같은 개털들은 언제나 노무현이 비슷한 패거리가 나오면 그냥 찍잖아. 그런데 딴나라당 패거리들은 자기를 잘 안 찍으니 장기적으로 딴나라 패거리들까지 끌어 들이기 위해 노무현이가 개혁이고 뭐고 다 걷어치운 거야. 뭐 솔직히 말하면 개혁이라기 보다는 퍼주기, 좌파정책에 가깝지만.’

    ‘그래도 씨발, 대통령이란 자식이 인생 그렇게 살면 되냐? 개혁을 한다고 했으면 개혁을 해야지. 하라는 개혁은 안하고 개지랄만 하고 살면 되냐고?’

    ‘이런 미친 놈아. 이 새끼 말하는 싸가지 좀 봐라. 이 새꺄. 노무현이 최고라면 계속 노무현이 최고였어야지. 언제는 재벌 회장 밑에 붙어 알랑대고 이제는 노무현이도 씹어대? 넌 임마 노무현이하고 다를 게 하나도 없는 놈이야.’

    강도가 이렇게 말하고는 공씨의 따귀를 후려쳤다.

    ‘아이고!’

    ‘야, 아무튼 난 너 같은 가방 끈 긴 새끼들이 싫어. 니가 강남 새끼들 배알이 꼴려서 싫다는 것 하고 똑같아. 너 같은 새끼야 지금은 돈 없더라도 강남이 어떻고 맨날 지랄해가지고 감투나 하나 얻어쓰고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지만 나 같은 새끼야 늘상 개털아니냐. 그러니 우리 좀 같이 먹고 살자. 사람 성질 돋구지 말고 돈 빨리 내놔. 어딨어? 엉?’

    강도가 공씨의 턱을 툭툭 쳤다.

    ‘야, 이 씨발 놈아. 이건 범죄야. 가난하게 산다고 모두 죄 짓냐? 개새끼야. 너 같은 새끼는 이슬람 율법 대로 손목을 뚝 잘라야 해!’

    ‘얼씨구. 지랄하고 자빠졌네. 야 임마. 범죄란 게 뭐냐? 법을 어기는 거지? 그렇다면 법은 또 뭐냐? 가진 놈이 제 이득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거 아냐? 이 씨발 놈아. 야 이 돈 없어 못 사는 놈하고 좀 더불어 살자. 새끼야. 니가 맨날 주절거리는 거 하고 다를 바 없다니까. 강남 새끼들이 잘 나가는 게 배 아프고 싫으니까 그 놈들 가진 것 뺏아서 나눠 먹자는 거 아냐?’

    ‘그 놈들이야 돈이 많으니까 사회의 보존을 위해서 당연히 희생해야 하는 것이 맞지!’

    ‘그래. 너 말 잘했다. 마찬가지로 너도 가방끈이 길고 머지 않아 출세하실 몸이니 나 같은 개털을 위해 좀 희생해라. 돈 내놔.’

    ‘…’

    공씨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야 임마. 그렇다고 내가 무슨 범죄를 저지르는 거냐? 너 같이 강도질 하는 거냐고? 넌 범죄자야 이 씨발 놈아!’

    ‘야, 내가 앞서 말했지? 법이란 게 너 같은 가진 놈이 제 이득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거라고. 그리고 네 놈이 바라는 게 결국 그거 아냐? 못 가진 개털들 충동질해서 가진 놈들 돈 뺏아 먹겠다는 게 네 목표 아니냐. 그렇게 낼름낼름 돈 빨아먹다 단물 빠지면 해외로 튀겠다는 게 너희 패거리들 발상 아니냐. 안 그래? 그게 결국 나 같은 강도하고 뭐가 달라? 부동산 투기를 했던 뭘 했던 그 놈들도 그 돈 벌 때는 낑낑 피똥싸며 벌었을 거 아니냐고. 그런데 그 놈들 돈을 사회를 위해 희생하랍시고 뺏는대매? 남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너도 희생할 수 있는 거 아냐? 그러니 나한테 희생 좀 해 새끼야.’

    ‘…’

    ‘그리고 나 같은 강도 놈들 손목을 잘라? 에라이 개새끼야!’

    강도가 공씨의 엉덩이를 또 걷어찼다.

    으아아아!

    ‘그럼 나 같은 새끼 손목을 댕강 자르면, 간통한 새끼들은 좆대가리를 싹둑 잘라야 하냐? 그리고 부동산 투기 한 새끼들은 다리를 댕강 잘라야 할 것이고? 이렇게 법을 만들어 놓으면 세상 조용하겠다. 안 그러냐? 이렇게 법 만들어 놓으면 굳이 강남 새끼들 돈 뺏을 필요도 없겠네. 강남 새끼들 돈 뺏는 이유가 못 가진 새끼들 지랄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 아냐? 그런데 강도 새끼 손목 댕강 자르는 식으로 법을 화끈하게 만들어 놓으면 어느 놈이 죄짓겠냐?’

    ‘…’

    ‘니이이이가 씨이발 강도 손목 자르듯 엄벌을 하자고 주장하는 의도를 다아아아 안다. 가진 놈들이 싫고, 애초에 가진 놈들은 전부 죄인으로 보고 있으니 그런 거겠지? 안 그래? 부동산 투기 한 새끼들 두 눈깔을 낼름 뽑아 버려야 되잖아. 안 그러냐?’

    공씨는 시인도 부인도 못하고 우물쭈물 가만히 있었다.

    ‘빨리 돈 내놔!’

    ‘싫어!’

    ‘이 새끼 말 안 듣네. 칼침 더 맞아 볼래?’

    ‘야 이이이이이이 씨이이발 놈아아아아!’

    이제 공씨는 아예 엉엉 울기 시작했다.

    ‘넌 최소한의 예의도 없냐아아아? 나도 씨이이발 가난하게 사는 이웃인데 이웃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예의가 있어야 할 거 아니냐아아아. 이렇게 아랫도리를 까발겨 놓고 어쩌라는 거냐아아아아!’

    ‘하아아, 예의, 이런 씨발 놈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하는 거야. 야 임마, 무슨 배려나 예의 타령이야. 언제 네가 남 배려한 적 있냐? 결국 네 놈이 하는 말이 돈 좀 있는 것들 뜯어먹자는 이야기 아냐? 너 하고 같이 놀던 코드 패거리들이 폭삭 망한 이유를 알려주랴? 바로 싸가지가 없기 때문이야. 바로 너처럼 말이다!’

    ‘싸가지? 내가 왜 싸가지가 없냐!’

    ‘야, 너도 내가 너 뜯어먹겠다고 덤벼들면 싫지?’

    ‘그래.’

    ‘그럼 가진 놈 새끼들도 마찬가지지 새꺄!’

    ‘…’

    ‘좌우간 싸가지 없는 새끼들은 제 이득만 챙길 줄 알지. 너희들 같은 새끼들이 권력을 쥐어서는 안돼. 그 이유를 알려주랴? 제 이득만 챙기려는 새끼들은 무슨 일을 하든 제 이득에만 갖다 붙이려고 하지. 그래서 주변 사람의 말은 전혀 듣지를 않아. 그리고는 일이 잘못되면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우고 저는 잘 먹고 잘 살지. 바로 네가 어울려 다니던 코드 패거리들이 이런 새끼들이기 때문에 이런 놈들한테 둘러 싸여 있는 노무현이가 개털 된 거야!’

    ‘…’

    ‘그저 코드족 새끼들은 경제가 망하면 재벌 잘못이요. 나라가 안 굴러가면 야당 탓이고 신문들 탓이지. 남 수해 입었는데 골프치는 재수없는 딴나라 패거리들이 싫어서 국민들이 너희들을 찍어준 거지. 너희들이 좋아서 찍어 준 건 아냐. 더 솔직히 말하면 가진 놈들이 뻐기고 다니는 게 배 아파서 그냥 너희 놈들 찍어 줬을 뿐이라고!’

    ‘…’

    ‘야, 긴 말이 필요없다. 빨리 돈 내놔라.’

    ‘싫어! 못 줘! 야 이 새끼야. 그럼 진보좌파는 전부 너 같은 강도란 이야기냐? 이 미친 놈아!’

    ‘야, 이 새끼! 너 지금 나하고 싸우자는 거냐?’

    강도는 공씨를 마구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돈 내놔! 돈 내놔!

    공씨는 정신없이 얻어 맞으면서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야, 너 경상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