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을 위한 6일 국회 인사특별위원회 청문회는 결국 파행을 겪으며 중단됐다. '헌재소장은 헌재재판관 가운데 임명한다'는 헌법의 규정대로 헌재재판관을 사퇴한 전 후보자는 자격이 없다는 한나라당의 지적이 나오고, 이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청문회는 오후 4시경 정회됐다.

    이날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인사청문회 도중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전 후보자의 경우 지난달 재판관을 사퇴했기 때문에 먼저 재판관 신분을 취득해야 특위청문회가 가능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헌법과 국회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전 후보자가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의 청문회를 거쳐 재판관으로 임명받지 않은 상태에서, 특위를 통해 헌재소장으로 임명동의를 받는다는 것은 법률 위반"이라고 말했다.

    같은당 엄호성 의원 역시 "논리상으로도 명백히 효력이 없는 청문회임이 드러났다"면서 "절차에 위배된 청문회를 통해 임명된 헌재소장에게 무슨 타당성이나 권위가 주어지겠느냐"며 적법한 근거마련을 주장했다.

    한나라 "헌법과 인사청문회법 정면 위배…하자 치유부터"
    열린 "저급한 정치공세… 특위구성은 왜했나"

    이에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대(大)는 소(小)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윤영철 전 헌재소장의 경우처럼 재판관 임명을 거치지않고 곧바로 소장에 임명된 관례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렇게 절차가 중요하다면 진작 (청문회를) 하지 말았어야지 왜 특위에 들어왔느냐"며 한나라당의 주장을 정치공세로 몰아갔다. 그러나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윤 전 소장이 임명될 당시에는 인사청문회법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재판관 청문회를 거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 청문회가 헌법과 국회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절차상 문제가 정리되지 않는 한 청문회를 계속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엄호성 의원은 "재판관이 아닌 사람을 상대로 헌재소장 청문회를 한다는 데 문제제기를 계속 해왔으며,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본 결과 '절차상 무효'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절차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먼저 대통령 명의로 전 후보자의 재판관 지명을 위한 청문회 요청과 헌재소장 임명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동시에 다시 해야 하며, 국회 추천몫을 제외한 6명의 재판관 후보자는 법사위 청문회를 거쳐야하므로 전 후보자도 이 절차를 밟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러한 요구에 대한 열린당의 대응에 따라 청문회를 지속할지를 판단할 계획이다.

    반면 열린당은 '비겁한 정치공세'라며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최재천 의원은 "처음부터 이번 특위 구성 자체를 거부했어야 했다"면서 "형식적 논리에 빠진 정치공세"라고 주장했으며, 우윤근 의원도 "청문회를 두번 한다는 것은 소모적이며, 국회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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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관 사퇴한 전효숙은 이와 동시에 헌재소장 후보자 자격 잃어'
    한나라 "결국 헌재소장 6년노린 꼼수때문에 법 위배"


    한나라당은 이날 파행의 원인으로 헌재소장 6년 임기를 노리고 3년 남은 재판관을 사퇴시킨 정치적 꼼수와 인사청문회법 등 관련 법규에 대한 청와대의 기본지식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주호영 의원은 "한나라당이 여러 경로로 전 후보자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해왔기 때문에 자칫 '딴지걸기'로 오해받을까 우려됐지만, 절차상 하자는 치유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에 민주당 조순형 의원도 강력히 지적한 사항"이라며 "잘못된 절차를 그냥 넘어간다면 전 후보자에게도 자격시비가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전부터 열린 전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예상대로 지명과정에서의 편법논란과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집중거론됐다. 한나라당 주호영 엄호성 의원 등은 전 후보자가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전 후보자는 또 자신의 지명 과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지난달 전화로 지명 통보를 받았고 임기 문제와 관련해 사직서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전 후보자의 발언은 임기가 남아있던 재판관직을 사퇴하고 헌재소장 6년 임기를 보장받으려한 것이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헌재의 독립성'을 둘러싼 여야공방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