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시론 <‘노무현과 바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바다이야기’의 진실은 결코 노무현 정권 임기 안에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순진한 국민은 지금 거대한 ‘속임수의 바다’에 빠져가고 있다. 왜 그럴까. 벌건 대낮 갯벌에 밀물이 밀어 덮치듯이 삽시간에 이뤄진 전국의 도박장화. 이것이 조폭들의 로비 때문이라고? 조폭들, 히죽히죽 웃고 있을 것이다.

    왜 일만 터지면 우리 탓이야. ‘바다~’는 감독·주연·흥행업자로 이뤄진 ‘3각 구도의 범죄 영화’다. 도박의 전국화는 세계적인 마피아도 엄두를 낼 수 없다. 한탕 챙기려는 깍두기 두목 몇명과 돈 몇푼 받은 영상물등급위원들이 전국을 ‘바다’로 만드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최고 권력의 검은 실력자들이 감독을 맡지 않았다면 ‘바다~’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했다.

    노 정권이 진실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만들고 있는 ‘바다이야기 속편’에서는 3각 구도의 꼭짓점에서 진두지휘했던 다수의 감독들이 이미 종적을 감추었다. 해결사로 주연을 맡은 문화관광부 직원 몇명이나 제작 뒷돈을 댄 조폭, 사행성 업자 몇명만 쇠고랑을 차고 수사는 결말을 맺을 것이다. 문광부의 정책 실패와 조폭의 로비라고? 노 대통령 언급대로 “청와대가 책임질 사안이 아니고 청와대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았다”는 ‘맞춤형 수사 결과’.

    왜 ‘꼭짓점 권력’을 파헤치지 못할까. “도둑을 맞으려니까 개도 짖지 않았기 때문”에? 노 대통령에게 정말 간곡히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렇게 단언할 정도로 현 정권의 최고 실세 그룹들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가. ‘바다∼’는 도둑이 담장을 넘어오는데도 개가 짖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도둑이 안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개까지 짖지 않았다는 발상을 왜 하지 않을까.

    역발상의 달인 아닌가. 그나마 짖어대야 할 개들도 이미 코드에 맞춰 ‘성대 수술’을 했기 때문에 짖지 못한 것은 아닌가. 정적의 비판에 대해서는 정신을 잃은 듯이 짖어댄다고 해서 안에 들어 있는 도둑을 향해 짖을 것으로 보는가. 이것은 상식적인 의문이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게이트가 아니다’고 한다면 그 배경은 두가지, 노 대통령이 ‘도둑과 충견(忠犬)의 바다’에 빠져 혼자만 진실을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알고 있는데도 정권의 도덕성 붕괴를 막기 위해 특유의 순발력으로 위기를 버티려는 것.

    이것 아니라도 노 대통령은 10%대 지지율이다. 의원내각제라면 정권은 바뀌었다. 이런 판에 ‘꼭짓점 권력자’들을 손 보는 것은 자해 행위다. 지금 노 대통령은 정권을 유지시키고 있는 충복들을 감쌀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노 대통령의 표현대로 비판언론들은 ‘헬기를 타고 위에서 총을 쏘고’있기 때문이다.

    노 정권의 ‘꼭짓점 권력자’들은 지금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 우리들을 치면 정권이 무너질 판인데…. ‘바다~’의 감독들을 친다면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를까? 국민은 속이 시원하다고 하다가도 금세 돌아서서 사육사를 물어뜯는 맹수의 심리라는 걸 노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결국 ‘바다~’는 노 대통령의 친구가 총장으로 있는 검찰의 손에 의해서, 설령 특검제를 도입해도 밝혀질 수 없다고 본다.

    국민의 분노는 바다를 이루고 있다. 어찌해야 하는가. 권력이 도박을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합법화해준 건국 이후, 그리고 세계를 통틀어도 전대미문인 부패 사건. 우리가 정권을 잡았는데 뭘 못해? 부도덕, 몰염치, 무식견, 독선, 독주, 오만이 겹친 난폭 운전, 어떤 일까지 저지르고 있는가.

    최고 실력자 단 한 사람도 책임지지 않고 빠져나갔다. 김대중 정권 때도 그랬지 않았는가. 게이트, 게이트, 또 게이트…. 그 숱한 게이트를 둘러싼 ‘분노의 바다’. 무능력한 한나라당. 국민은 까마득히 잊고 DJ가 내세운 후보를 찍었다. 부패의 진실이 밝혀졌는가.

    게이트 수법을 지능적으로 업그레이드한 ‘바다~’, 결국 국민이 정권을 잘못 선택한 업보다. 권력의 패륜적 폭식(暴食) 앞에서 국민은 절망하고 분노만 해야 할 것인가. 국민은 오늘의 분노를 내년 대선 때 투표장 앞에서 또 잊어 버리려는가. 정권 교체만이 노 정권의 이 기막힌 국기 일탈 행렬의 진실을 가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