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 당 지도부 할 사람?’

    열린우리당 ‘김근태호(號)’가 예상 밖 난관에 부딪힌 모습이다.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위기 수습을 위해 천신만고 끝에 15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뜻하지 않은 악재로 비대위원들의 이탈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을 대신할 마땅한 인물 찾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당 지도부’라면 손사래를 치는 당내 분위기 탓도 김근태호의 ‘괜한’(?)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당 위기 수습에 적극 나서도 모자랄 판인 비대위원들이, 비록 예상치 못한 악재이긴 하지만 깊은 고민없이 비대위원직을 선뜻 내던져버리는 것도 못마땅하다는 당내 분위기다.

    당초 김근태 의장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돼 있던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현재 13명으로, 결원이 생겼다. 지난 14일 ‘수해기간 중 해외골프’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이호웅 의원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면서 비대위원직을 사퇴한 것에 이어, 29일에는 정동채 의원이 사행성 성인게임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 주무부처인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서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비대위원직을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또 다른 비대위원 한명은, 최근 의혹이 해소되긴 했지만 동성애 의혹 확산으로 자칫 비대위원직을 사퇴할 수도 있었던 만큼 아슬아슬한 분위기였다.

    이와 관련, 김한길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퇴한 비대위원들을 대신할 비대위원 보충 인선과 관련, “비대위원들과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우려를 내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최근 동성애 의혹의 당사로 거론됐던 A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A 의원이 혐의를 벗으셔서, 정말 다행”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비대위원들의 뜻하지 않은 악재에 따른 이탈 외에도, ‘당 지도부’라면 손사래를 치는 당내 분위기와, 비대위직이 별것 아니라는 당내 인식도 깔려 있다. 실제 최근 비상대책위원회의는 위원들의 참석 저조로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하는가 하면, 지난 22일 김 의장이 주재한 비대위원들과의 만찬에는 위원 절반 가량이 불참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누가 뭣 하러 지도부에 들어가서 욕먹으면서까지 고생을 하려 하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이래저래 김근태호가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닥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