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9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우리나라의 2005년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도보다 한 계단 하락한 세계 12위라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신흥경제국가군(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중 하나인 브라질이 우리 자리였던 11위로 치고 올라왔다. 2004년 브라질은 15위였다. 지난해 인도에 추월당한 데 이어 연거푸 신흥시장 국가에 밀린 것이다.

    공교롭게도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인 2003년 초 취임했다. ‘평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좌파 리더라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은 사회주의 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해외 투자자들의 예상과 달리 실물경제에 밝은 기업인을 경제 관료로 발탁했고 정부 지출을 과감히 줄인 긴축재정과 조세감면정책을 단행했다. 당내 강경 좌파의 반대가 상당했지만 그는 “대통령은 노조 지도자와는 다르므로 모든 계급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며 시장 친화적 정책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실용적 노선 덕분에 룰라 정부는 재정파탄 위기에서 출발했음에도 2004년에 10년 만의 최고치인 5.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15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철광석, 콩 등의 해외 수요 증가에 따른 수출 호조 등 대외여건도 국운 상승을 부추겨 무역 흑자와 재정 흑자를 불러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라질의 견실한 경제성장이 빈곤과 불평등을 감소시켰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는 ‘고루 잘사는 균형발전사회’를 목표로 내걸었으나 불요불급한 정부사업과 낭비성 정부지출, 반(反)기업적 정책으로 취임 3년 반 동안 한번도 잠재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했다. 불필요한 이념 논쟁과 예측 불가능한 널뛰기 정책으로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켰다.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보여 주는 지니계수는 2003년 0.341, 2004년 0.344, 2005년 0.348로 되레 악화됐다.

    브라질과 한국의 대조적인 경제성적표는 경제정책의 방향 설정과 최고통치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