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23일 정부의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단독행사 추진과 관련, ‘대통령을 말려 달라’고 요청한 전직 국방장관들에게 “대화의 예의를 지켜달라”며 방자하게 보일 정도로 노골적인 불괘감을 드러냈다. “대통령 얘기는 행정부에 가서 해라” “여기는 당이니까 구별해서 말해라” “안 만나도 아무런 상관없는데, 성의로 만났는데 대화의 방식을 존중해라”는 등의 감정섞인 언사도 서슴치 않았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진행된 전직 국방장관들과 김 의장의 간담회는 이렇듯 시종일관 싸늘한 분위기속에서 한시간 가량 진행됐다. 보다 못한 국회 국방위원장 김성곤 의원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 발언에 나섰는데, 일순간 김 의장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김 의원이 정부의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추진 당위성을 언급하면서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추진의 또 다른 배경을 '발설'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에게 공개된 자리였던 만큼 김 의장은 즉각 김 의원의 발언을 제지했다.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는게 오히려 김 의장을 곤경에 빠뜨린 모습이었다.

    김 의원의 당시 발언 내용은 이랬다. “전시 작통권 환수는 향후 북한 붕괴시 또는 전쟁 발발시 북한을 수복하는 군의 주체가 누구냐 하는 문제가 있다. 북한 수복의 주체, 즉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컨트롤해야 하는 입장이 있다. 미국이 전시 작전권의 주책임자일 경우, 북한 지역을 미국이 컨트롤하느냐, 한국이 하느냐는 것는 정치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중국과의 관계, 북한과의 관계도 그렇고 통일 이후의 문제도 그렇다”고 김 의원은 상세히 말했다. 즉각적으로 김 의장은 함께 있던 기자들에게 ‘비보도’를 분명히 당부하면서 김 의원의 발언을 제지했다.

    ‘전시 작전권 환수는 북 붕괴 대비용’이라는 김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 주도의 북한 진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여권의 의중이 확인된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나 한미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논란이 일 수 있는 사안이므로 부대변인 등 당직자들도 비보도를 당시 참석 기자들에게 연거푸 주문했었다. 그러나 24일 조간 주요 일간지에는 이런 내용이 상세히 보도됐다.

    이날 간담회 시작전에 전 국회 국방위원장인 유재건 의원(37년생)과 고령의 전직 국방장관들은 인사치레의 대화를 나눴는데, 현 국회 국방위원장(김성곤)의 나이가 화제에 오르자 유 의원은 “15년 후배입니다. 많이 젊어졌지요”라고 답했으며, 이에 한 전직 국방장관은 “조로(早老)현상이네”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이 쏟아지기도 했었다.

    김 의원은 52년 부산 출생으로 미국 필라델피아 템플대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취득, 종교학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런 이력이 말해주듯,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다니던 동교동 성당에서 우연히 인연을 맺어 정치권에 입문하게 됐다. 노 대통령과는 지난 2002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대선 캠프 참여를 통해 관계를 가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