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이야기' 사태가 권력형 게이트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의혹의 핵심에 있는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문화관광부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음이 드러났다. 이같은 내용은 2004년 2월 새 원장 선임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개발원 '18회 임시 이사회 의사록'에서 나타났으며, 경향신문이 입수해 24일 공개했다.

    당시 이사회에서 문광부 김용삼 게임음반과장은 "관련기관 및 관계인사에게 추천받았다"면서 "외부에서 선임되는 경우는 업무 파악 및 여러모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내부에서 선임되는 경우가 바람직하다"고 말해 사실상 유일한 내부출신 추천후보인 우씨를 밀어주었다.

    우씨는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을 지지하는 정보통신인 모임'으로 활동한 '현정포럼'회원이며, 이들은 2002년 선거를 앞두고 IT분야 인사 1014명을 동원해 '노무현 공개지지 선언'을 한 바 있다. 이 모임을 주도한 한국외국어대 이주헌 교수는 노 정권이 들어선 이후 2003년 3월 제 7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에 올랐다.

    개발원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에 참석한 한 감사는 "추천후보 중 게임산업과 관련된 다른 사람은 없나", 또 다른 이사는 "우씨가 육사출신인가" 라고 질문한 것에 비춰볼 때 당시 원장 후보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가 이사회에 충분치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날 이사회는 문광부 과장이 주도하는 대로 후보추천이 이뤄졌으며, 우씨는 원장에 선임됐다.

    이 시점은 이창동 전 문광부장관이 재임할 당시로, 이 전 장관이 감독을 맡은 영화 '오아시스'는 2002년 2월 사행성 오락게임 바다이야기 제조 및 판매회사인 에이원비즈와 지코프라임의 대표인 차용관 최준원씨가 근무했던 엔플렉스로부터 2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는 대표적인 친노인사인 명계남씨가 대표로 있는 이스트필름이 제작했다.

    한편 투자건과 관련 명씨측은 "메인투자사인 유니코리아가 총괄했던 사안으로 누가 얼마를 투자했는지 제작사에서는 일일이 알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으며, 유니코리아 최성민 대표는 "오아시스 제작 당시 투자사는 엔플렉스가 아닌 비텍이며, 비텍이 엔플렉스로 사명을 바꾼 것은 통상 영화가 개봉관에서 막을 내리고 난 후 6개월 정도 지나 이뤄지는 수익금 배분과정에서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경향신문이 24일 공개한 신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 추천 논의 당시 이사회 의사록 전문.

    ▲ 김용삼 문화부 게임음반과장=2004년 2월2일에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후임 원장에 대해 검토한 바 공모에 의한 선임을 고려했으나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공모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추천위원회 제도를 선택했다. 14명 추천된 후보에서 4명을 추천했다. 개발원의 내부 추천은 우종식 후보, 외부 추천은 박두규·전하진·김희철 후보를 추천한다. 박두규 후보는 게임관련 분야에서 일한 적은 없으나 경영 컨설턴트로서 사업을 바라보는 점 등이 장점이다. 우종식 후보는 내부에서 일하고 있으며, 엔지니어로서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해온 장점이 있다. 전하진 후보는 IT 업계에서 한글과 컴퓨터 대표이사로서 활약했으며, 게임업계의 의견으로 비춰볼 때 후보로서 긍정적인 평은 약간 떨어진다. 김희철 후보는 만난 적이 없으나 쌍용측에서 근무한 경력 등을 고려해 이상 4명을 추천하게 됐다.

    △ 박수환 감사=추천 후보중에 게임산업과 관련된 다른 사람은 없었나.

    ▲ 김용삼 과장=게임관련 교수와 게임업계 등의 후보가 있었으나 주변의 의견과 상황 등을 고려해 배제했다.

    △ 박성희 이사=우종식 후보가 육사출신인가.

    △ 박현태 의장=육사출신은 아니고 3사출신일 것이다.

    △ 홍동희 이사=헤드헌터에서도 추천 받았나.

    ▲ 김용삼 과장=관련 기관 및 관계 인사에게 추천받았다. 따로 헤드헌터에 의뢰하지는 않았다.

    △ 홍동희 이사=원장 자리에 어떤 분이 되었으면 좋겠나.

    ▲ 김용삼 과장=내부와 외부에서 각 1명을 추천했으면 좋겠는데 모두 일장일단이 있어 의견이 조심스럽다. 다만 외부에서 선임되는 경우는 업무 파악 및 여러모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내부에서 선임되는 경우가 바람직하다.

    △ 홍동희 이사=김희철 후보는 게임 수입하는 회사에서 근무해 개발원의 마인드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전하진 후보는 다른 회사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는데 개발원 원장직과 동시에 근무할 수 있나.

    △ 박현태 의장=중복 근무는 할 수 없게 돼있다.

    △ 박성희 이사=박두규 후보는 영어를 잘할 것 같은 장점이 있고, 우종식 후보는 약력사항으로 보아 성실할 것 같은 장점이 보인다.

    △ 정영희 이사=후보 추천을 2명 내에서 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홍동희 이사=좀 전에 제시한 의견(내부, 외부 각 1명 후보 추천)으로 정해진 것 같다.

    △ 김영만 이사=만약 후보 두 분이 정해지면 문화부장관께서 선임하는 것이냐, 아니면 또 다른 분이 선임되느냐.

    ▲ 김용삼 과장=오늘 이사회 추천 후보중에서 선임할 것이다.

    △ 김경식 이사=박두규·우종식 후보를 추천한다.

    △ 박현태 의장=박두규·우종식 후보를 제청하는 데 동의하는가.
    (참석이사 전원 의장의 제안에 동의. 의장이 박두규·우종식 후보를 제청하기로 의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