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8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란에 김영봉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지난 달 삼성전자는 4억달러 투자, 800명을 고용할 반도체 웨이퍼공장을 싱가포르에 짓기로 했다. 당초 이 공장은 한국에 세워질 계획이었으나 독일 측 합작파트너가 한국의 불량한 자녀 교육 여건, 반(反)기업정서, 외국기업 홀대정책 등을 지적하며 반대했다고 한다. 반면 싱가포르는 15년간 법인세 면제, 정부 보조금 2700만달러 지원, 연 2%로 4억달러 금융지원, 기타 파격조건을 약속했다. 한국에서라면 사무관급이 처리할 이 일을 싱가포르에서는 경제개발청장이 직접 나섰고, 몇 시간 안에 모든 행정사무도 마쳤다고 한다.

    한편 한국의 민주노총은 지금 온갖 파업을 파는 중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자본가들은 개나 소나 똑같이 나쁜 놈들”이라 선전하며 직원 주차장이 멀어지니 새 공장을 짓지 말라고 파업했다. 지역 상인들이 파업을 비난한다고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소비파업’을 한 데 이어 쌍용자동차 노조는 5300여 조합원이 회사에서 숙식하며 인력이동을 원천 봉쇄하는 ‘옥쇄(玉碎)파업’을 선언했다. 소비파업은 이웃 가게가 물건을 못 팔아 망하게 하자는 것이고, 옥쇄파업은 ‘귀한 옥을 가루로 부숴 버리듯 모두 함께 죽자’는 것이다. 민노총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평택 미군기지 건설, 기타 국가의 정치외교 사안이 모두 파업 이유가 된다. 그 이유는 민주노동당의 강령 ‘외세를 물리치고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하여 새로운 해방공동체를 구현’하자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위의 두 장면은 미래 한국의 운명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세계가 기업의 전쟁터, 기업 유치의 각축장이 된 지금 우리는 기업을 죽이고 쫓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경제는 오늘날 극소수 과격분자가 행패를 부리고 말리는 자는 없는 형국이다. 기업·주민·정부·국민 모두가 굴하고 피하므로 이렇게 당할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먼저 기업을 보자. 현대자동차 측은 1조3000억원의 생산 손실을 안겼다는 파업 조합원들에게 200만원씩 격려금을 주었다. 파업 해도 일자리가 무사하고 돈이 들어온다면 노동자들에게는 파업이 유급휴가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근로자는 파업을 하는 순간부터 스스로를 실업자로 간주한다. 그는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새 직장을 찾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과거의 경험이 가르친 행동이다.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점령사태는 우리 정부의 사보타지를 보여준 장면이다. 이들이 1주일간 남의 회사에 난입해 문서 유린, 기물 파괴에 쇠파이프와 사제 화염방사기까지 사용하는 폭력을 저질렀으나 공권력은 이를 방기(放棄)했다. 그러나 포스코 본사는 불법 점거자들과 타협하지 않고 버텨냈으며, 곧 이들을 상대로 20여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민노총은 “악덕 포스코와 사활을 건 투쟁을 시작한다”고 다짐했다. 과연 포스코도 똑같은 의지로 대항해 이 불법의 파업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포항전문건설노조는 다시 파업에 들어갔고 현재 50일을 파업중이다. 급기야 사용자 측은 “파업이 장기화하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것은 노사가 함께 망하는 길이며 일부 집단이 원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반 노조원도 이를 원하는가? 오늘날 회사마다 수십 명씩 월급 받고 하루 종일 노조 일거리만 만드는 노조 전임자들이 있다. 노조가 조용하면 그 간부들의 권력도 일자리도 없어진다. 이들이 누구 이익을 생각하고 불법파업을 벌이는지 근로자들은 현명히 판단해서 내 직장과 신체를 걸어야 할 것이다. 포항시민들은 장기화된 파업에 항의해 집회를 열고 추후 집단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라고 한다. 포항시민은 당연히 포항을 지켜야 한다. 국민 모두도 당연히 비열한 조직과 사보타주하는 정부를 추상같이 경고하여 우리 사회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