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4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시론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의 ‘침묵’>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그것은 ‘군란(軍亂)’이었다. 국가 존망이 걸린 안보문제를 속도 무한의 폭주(暴走) 대상으로 삼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노병들의 총궐기. “슬픔도 분노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진정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던가. 6·25 참전 용사들에서부터 제대한 지 얼마 안된 앳된 전역군인들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을 놓고 슬퍼하고 분노했던 전사들. 대통령이 이젠 안보 문제까지 난폭운행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조국의 현실에 “생애의 마지막 전투를 벌이자”고 절규하고 있었다. 지난 11일 오후 3시 서울역 광장 앞 노병들의 거대한 운집. 폭염 속에서 우두둑 우두둑 떨어지는 소나기 빗방울. 그 엄청난 더위와 습기.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그 슬픔과 분노의 현장에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에선 송영선 황진하 의원 단 둘 뿐이었다.

    묻고 싶다.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는 왜 침묵하는가. 건국이후 최악의 안보 위기 상황에서 박근혜는 종적을 알 수 없고, 이명박 손학규는 민심 대장정이라며 엉뚱한 곳에서 땡볕을 쬐고 있다. 우리가 작통권을 단독 행사하게 된다면 한미연합방위체제가 붕괴되고 주한미군이 떠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가. 노 정권은 미군이 결코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기가막힌 가설이다. 미사일·핵·생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는 북한에 의해 대한민국이 초토화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가. ‘김정일 총통’에 의해 친북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는가. 필리핀을 가보았을 것이다. 필리핀 최고 명문 대학을 나온 젊은 여성들이 미군이 떠난 클라크 공군기지 골프장에서 공을 주워가며 연명하는 광경을 보았는가. 적화통일되거나, 서울대학 나온 젊은 여성들이 골프장에서 공을 줍고 중국 관광객 발 마사지 걸이 되고 해외로 나가 도우미가 되는 ‘제2의 필리핀’. 이것이 노 정권이 말하는 자주국방의 미래다.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는 국민에게 정직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난사(亂射) 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이 훨씬 넘었는데도 단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안보나 이념문제에 끼어들면 보수 꼴통이라는 소릴 듣기 때문에? 국내 김정일 지지세력의 보복이 두려운가. 친미주의자로 몰릴까봐? ‘대통령병(病)’ 때문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자 새벽부터 일어나 야단법석을 떤 아베 신조가 존재하는 일본이 부럽다. 왜 한나라당에는 ‘한국판 아베’가 없는가. 노 정권의 폭주에 대한 국민적 슬픔과 분노에 기생(寄生)하며 뒷전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이렇게 ‘기생 정당’‘보신주의 정당’이 된 것은 대권 주자들의 불같은 분노와 절규, 그리고 행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도이전·신문법·과거사법·사학법 등 노 정권의 온갖 국정 일탈 때 이들이 목숨걸고 막겠다며 단합했다면 노 대통령은 그런 발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왜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대통령의 딸이기 때문에? 건설회사 사장 출신이기 때문에? 젊었을 때 그 잘난 데모 좀 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인재들은 대한민국에 차고 넘치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이 정치판에 잘못 들어가면 패가망신하기 때문에 정치 입문 자체를 회피해 경쟁자들이 없는 운 좋은 구도 탓 아닌가. 분에 맞지 않게 ‘호강’하고 있다는 생각에 부끄럽지 않은가. 자신들에게 정직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민이 대권주자라고 불러주고 있다면 국가 존망이 달린 안보 위기 앞에서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가 아닌가. 박근혜는 누구의 손에 의해 어머니를 잃었는데 침묵하는가. 양심이라도 있는 야당인이라면 나라 걱정하는 국민이 눈에 어른거려 어떻게 입다물고 인기관리나 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는 나라를 위해 마음을 비워야 한다. 지금까지 야당대표나 시·도지사 감투를 쓴 것만으로도 국민으로부터 분에 넘치는 훈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국가 안보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침묵할 수는 없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국민의 슬픔과 분노 속으로 뛰어들어 국가를 살려내야 한다. 기회주의적이고 보신주의적인 정치인에게 미래가 있을 것 같은가. 그럴 용기가 없다면 스스로 대권꿈을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