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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파문’ 일단락 직후,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계의 재야파 소속 한 의원은 당․청 관계에 대해 “이번에는 상당히 진전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의장과 노무현 대통령간에 인사권 문제를 놓고 벌어졌던 ‘결전’에서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는 평인데, 노 대통령을 겨냥한 김 의장의 각 세우기가 앞으로도 불가피하다는 뉘앙스였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노 대통령과 김 의장간의 대충돌을 위한 ‘명분쌓기’는 이미 시작됐다는게 당 안팎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일단 광복절 특별사면과, 김 의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경제계와의 ‘뉴딜(사회적 대타협)’ 정책을 놓고 ‘제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분석인데,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같다’는 분위기다.
실제 광복절 특별사면을 놓고서도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의 관계가 심상치 않은 모습으로 번지고 있다. 서민경제활성화 명분으로 당이 건의한 경제인 사면은 배제한 채, 노 대통령 핵심측근인 안희정씨 등의 정치인 사면 복권이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전해진 직후, 김 의장은 “당은 민생사면, 경제사면을 청와대에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건의했다. 경제인, 경영인을 전향적으로 고려해 줄 것을 건의했다는 것을 밝힌다”고 말했다.
당의 건의가 거부된 데 대한 감정을 삭인 의례적인 수준의 발언이지만, 노 대통령 측근 사면에 따른 여론의 질타는 분명 당과는 무관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는 당내 분석이다. 광복절 특별사면과 관련한 여론의 질타는 어디까지나 청와대의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김 의장의 ‘뉴딜’ 정책 등 친 기업정책과 맞물려 있는 만큼, 김 의장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특별사면에서 경제인을 배제한다는 움직임은 사실상 김 의장의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을 의미하는 만큼 김 의장으로서도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느냐는게 당내 기류다.
실제 김 의장과 노 대통령은 ‘뉴딜(사회적 대타협)’ 정책을 가지고도 갈등을 보여왔는데, 지난 6일 청와대 오찬에서는 김 의장이 협의도 없이 ‘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한 노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이 표출되기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서민경제활성화를 위해 재계와의 타협도 불사하겠다는 김 의장의 방침에, 노 대통령이 당 정체성과 경제원칙 훼손에 우려를 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은 10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당 기독의원 광복절 기념 예배에 참석, “근본적으로 정치인의 소명은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면서 “요즘 안팎에서 욕을 먹고 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 데 따른 대가라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거나 새로운 길을 국민 앞에 제시하지 못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결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갈 수 없다”고 노 대통령과의 결전을 염두에 둔 듯한 비장한 의지까지 내보였다.
김 의장은 또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섰다. 그게 사회대타협이고 따뜻한 시장경제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망설일 여유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당내 친노, 개혁진영 그룹을 의식한 듯 “절박한 심정으로 서둘러 길을 나서느라 동료의원 여러분과 충분히 상의하지 못했다. 이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현재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로서 김 의장을 ‘부적격’하게 인식하며 ‘낮게’ 보고 있고, 김 의장은 노 대통령과의 각 세우기를 통한 차별화에 들어갔다는게 당 안팎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때문에 앞으로도 사사건건 충돌할 일이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서로간 동반자적인 협조관계 유지의 우선보다는 감정적인 앙금이 우선 표출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미 확연하게 달라진 노선차이를 서로간에 노정하고 있는 만큼, ‘참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서로간의 불신이 확연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