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은 뒤통수를 호되게 맞은 것 같았다. 감옥행이라니! 대통령은 흔들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를 썼다.

    ‘그래도….’

    ‘아무리 세상 좋아졌다해도 정치 보복이 없을 수 없는 거요. 이제 노무현이는 여당이 되든 야당이 되든 감방이거나 아니면….’

    ‘…’

    ‘거 누구마냥 절간행이지 뭐.’

    ‘…’

    ‘뭐 그냥 사는게 다 엉망이외다. 경제도 그렇고, 외교도…북한 놈들하고 일보는 것도…우리 같은 개털들이야 잘 모르는데 하여간 말 나오고 시끄러운 게 안 좋으니까 그러는 거겠지.’

    ‘그게 다 자칭 보수신문들의 장난 때문입니다. 보수신문들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거지요. 왜곡과 편파보도를 일삼는 것이 보수신문들의 실체입니다. 그들은 언론이 아닙니다.’

    ‘이보슈. 댁의 아들이나 사위가 어데 저어어기 방송국 수위라도 하는 가보오. 편파니 왜곡이니 별 놈의 지랄을 다 해도 세상 돌아가는 게 반듯하면 그 소리가 왜 먹히겠소. 대통령 양반하고 그 패거리들이 권력은 다 쥐고 흔들메 무슨 코든지 콧구멍인지 맞추고 놀이나 허고 앉았고…뭐 잘 살게 해준다고 뭔 놈의 말은 줄창 해대더니만 뭐 된 것은 하나도 없고 말이야. 그래도 이맹박이는 청계천…동네 개천이라도 하나 뚫었지. 대체 노무현이는 한게 뭐 있느냔 말이오. 하다못해 지가 강남부자한테 도적질이라도 해서 백성들에게 제대로 퍼주길 했어? 아니면 예전에 박 대통령처럼 고속도로를 뻥 뚫기를 했어. 별 놈의 말만 나불나불 지이이겹도오오록 해대고 결과는 없는거요. 아니 그리고 참 웃기는 게 무슨 가진 놈이 온갖 반칙이니 뭐니 별 놈의 지랄 다 해서 축재한 것처럼 해놓고는 그런 놈들하고 배를 맞춰? 강남은 집값이 하늘을 찌르네, 하늘을 찔러. 요즘 비 많이 왔지요. 백성들이 뭐라 하는 줄 아시오. 강남 집값이 하늘을 찔러서 하늘이 파아아악 찢어져 몇 년 내릴 빗물이 다 쏟아졌다는 구먼. 하여간 대통령이 들으면 반성해야 돼. 아니 반성할 것도 없지. 이제 임기 다 끝났는데 뭘….’

    ‘저기…사장님. 노 사장님.’

    대통령 옆에 앉아 있던 경호실장이 대통령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만 돌아가자는 메시지였다.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을 듯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못 들은 척 했다.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눈치였다.

    ‘하아아아아차아아암. 먹고 사는 게 힘드니 노오오무우우현이 욕을 해대면서도 참 착잡하오. 그래도 내가 찍은 놈인데 똑바로오오 잘 할 것이지. 야당이 시키는대로 할 수도 없겠지. 지 찍어주는 빨간 놈들이 지지자 못해먹겠다고 난리 지랄을 할테니. 그리고 수해난 데 골프 쳐대는 놈들이 진짜로 바른 길을 가르쳐 주는 건지 사기를 쳐먹는 건지 알 수도 없고…좌우간 그 한나란지 헌나란지 하는 놈들도 다 똑같애.’

    옆자리 낚시꾼이 정치인들을 싸잡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 사람이 걸어와 옆자리 낚시꾼을 불렀다.

    ‘박씨!’

    ‘왜 부르쇼?’

    ‘우리 쐬주 한 잔 깝시다!’

    ‘조오오오오오오오치이이이이!’

    옆자리 낚시꾼이 옆을 돌아 보았다.

    ‘여보쇼. 우리도 같이 갑시다.’

    ‘저도 끼어도 되겠습니까? 우리 옆자리 친구도 있는데….’

    대통령이 경호실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경호실장이 얼른 넙죽 인사를 하며 가명을 댔다.

    ‘안녕하십니까? 김판석입니다.’

    ‘아니, 그러고 보니 댁은 노무현이를 참 닮았네.’

    ‘예, 우리 노 사장님이 그런 말씀을 많이 듣습니다.’

    ‘참, 요즘 공연히 욕 많이 먹겠소.’

    낚시꾼이 혀를 끌끌 찼다. 경호실장의 얼굴이 쑥스러움으로 붉어졌다.


    대통령과 경호실장이 낚시꾼과 함께 간 곳은 낚시터 주변의 허름한 식당이었다. 식당 안에는 몇몇 장년의 남자들이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 다들 허름한 복장이었기에 서민들이거나 평범한 수준의 중산층들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이들어 뚜렷한 직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인 듯 싶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대통령이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자리에 앉은 남자들이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경호실장은 인사를 하면서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이 사람들이 만취해서 깽판이나 놓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이었다. 경호실장이 몰래 가슴에 차고 있는 권총의 느낌이 강하게 와닿았다. 하지만 권총은 꺼낼 수가 없었다. 경호실장은 대통령 대신 맞아 죽을 각오까지 했다.

    ‘아이고. 이게 뭡니까?’

    ‘뭐겠소. 매운탕이지.’

    냄비에 아주 얼큰해 보이는 매운탕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이런 날에는 쐬주 먹고 노래 한 곡하고 집에 들어가 발 씻고 푸우욱 자는게 최고요.’

    대통령 맞은 편에 앉은 중년 남자가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맞고요. 정말 먹음직스럽게 보입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그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툰데?

    입을 열었던 중년 남자 옆에 앉은 중년 남자가 대통령에게 말을 걸었다.

    ‘고향이 경남 어디쯤 되시오. 말씨가 그 동네 말씬데?’

    ‘아예 경남 김…아니 경남 양산입니다.’

    대통령이 얼른 말을 바꿨다.

    ‘나는 김해가 고향인데.’

    ‘예.’

    ‘어어어, 우리 여그서 고향 야그는 허지 맙시다.’

    호남 말씨 쓰는 장년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자고…’

    김해가 고향이라는 남자가 역시 웃으며 답했다. 대통령과 장년의 남자들이 낚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음식점 여주인이 나타났다.

    ‘이 양반은 못 보던 양반일쎄?’

    여주인은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아 대통령의 무릎께를 탁 쳤다.

    ‘아이고, 이 양반. 그러고 보니 노무현이를 꼭 닮았네! 개구리처럼 생긴 것이 딱 닮았네!’

    ‘아니, 이 여편네가 생전 처음 보는 양반한테 노무현이가 뭐여. 개구리라니…손님한테 그리 말을 함부로 해서 장사가 되겄어?’

    김해가 고향이란 장년 남자가 여주인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이이고오오오, 내가 틀린 말 했나. 진짜 똑같어. 똑같어.’

    여주인은 계속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닙니다. 아니고요. 사장님. 제가 노무현이를 닮은 게 아니고요. 노무현이가 저를 닮은 겁니다.’

    식당 안에 박장대소가 터졌다. 하지만 경호실장은 웃을 수가 없었다.

    ‘맞네. 맞어. 노무현이가 손님을 닮았소. 내 진짜 노무현이가 오면 욕을 한 바가지 해줄라 했는데 손님은 외려 특별서비스를 해드릴께.’

    ‘사장님, 사장님도 여기 와서 같이 드시죠?’

    대통령이 모르는 척 말을 받았다.

    ‘아이고오오, 손님도 없는데 잘 됐네!’

    여주인이 아주 반갑다는 듯 대통령 옆에 끼어 앉았다. 경호실장은 굳은 표정이었지만 대통령은 싱글벙글이었다. 아예 마음을 비운 듯 싶었다.

    ‘아니 그나저나 노무현이가 오면 뭔 배짱으로 욕을 혀! 잽혀 가면 워쩔라고?’

    ‘아이고, 잡아 갈테면 잡아가라지. 노무현이 땜에 먹고 살 수가 없는데….’

    ‘사장님, 노무현이가 뭘 어쨌길래 그러십니까?’

    ‘아니, 이 양반은 음성도 똑 닮았네. 내가 무서워서 말을 못 하겄어요!’

    여주인이 깔깔 웃어댔다.

    ‘노무현이가 뭘 어쨌길래?’

    김해가 고향이라는 장년 남자 한 사람이 다시 물었다.

    ‘그저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장사가 잘 되야 좋지…장사가 안되니까 고통 스럽죠. 궁궐같은 청와대 안에서 호의호식하는 노무현이가 이걸 아는지….’

    궁궐같은 청와대 안에서 호의호식하는 노무현이….

    대통령은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경호실장은 그런 대통령이 안타까웠다.

    ‘그려, 못 돼아 처묵은 놈, 노무현이. 우덜 모두 건배하더라고. 자! 노시개!’

    노시개?

    ‘그런데…. 노시개가 뭡니까?’

    대통령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경호실장이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니 이 양반이 간첩인가? 노시개를 몰라?’

    대통령 옆에서 낚시하던 낚시꾼이 대통령에게 노시개의 뜻을 설명했다.

    “그거 별거 아니오. 노무현 씨발 놈 개새끼의 준말이 노시개야!‘

    대통령은 쓴 웃음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