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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너 마저도…’
여권 내 ‘제3의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천정배 의원이 28일 열린우리당 지도부 회의자리에 첫 모습을 내비치고 공식적인 당 복귀 소감을 밝혔다. “당이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지도부를 중심으로 뭉치되, 결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새롭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벙어리냉가슴만 앓고 있었다. 국민에 대한 당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헌신하겠다”고도 했다.
열린당 안팎에서는 최근 법무부 장관에 있다가 당에 복귀한 천 의원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천 의원이 여권 내 ‘제3의 대권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데다가, 7․26 재보선 전패에 따른 정계개편 등 후폭풍이 정치권에 예고되면서 과거 열린당 창당의 일등 주역이었던 천 의원의 역할에 적잖은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천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당과의 관계 등 뭔가 위기에 처한 당에 위기 해법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당장 당 안팎에서는 우선 노 대통령과 당과의 관계 재정립 측면에서 천 의원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대통령을 들이받을 사람으로 천 의원을 우선 꼽고 있다. 때문에 이후 정계개편에 대한 당내 논의 물꼬도 공식적으로 천 의원이 틀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천 의원 쪽으로 당내 의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는 말로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당 안팎에서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이유로, 우선 노 대통령과 천 의원의 과거 관계를 언급하고 있다. 사실상 노 대통령과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는 당의 입장으로서는 노 대통령의 탈당시 전개될 여권 내부의 정계개편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 여권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그러한 역할을 해낼 사람이 천 의원이라는 것이다. 천 의원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약세로 평가받던 노무현 당시 후보를 현역으로서는 유일하게 지원하고 나선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여권 내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노 대통령과의 소위 ‘아름다운 이별’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당에 몰려 쫓기듯 나가는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라, ‘이해를 구하고 이를 수락하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노 대통령과 당과의 관계 재정립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어떤 형식이 되든 노 대통령의 탈당은 곧 여권 전체의 정계개편이라는 파장으로 이어지겠지만 즉각적인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빠져 소속 의원들의 탈당 등 ‘헤쳐모여’식의 혼란이 이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열린당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잡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정계개편 논의를 일단 차단하고 정련되고 침착한 정계개편 논의를 열린당이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럴 경우 물론 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당내 우려 상황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의 천 의원의 발언도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전제로 이후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기조율에 나섰다는 당 안팎의 분위기다. 천 의원은 법무부장관직에서 물러나던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조순형 전 대표와 추미애 전 의원을 열린당으로 데려오지 못한 것, 더 나아가 한화갑 민주당 대표를 끌어안지 못한 것이 이 정권의 한계였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인 메시지로 풀이되면서 향후 정계개편을 감안한 민주당과의 통합 등의 모색을 염두에 놓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 당내 한 핵심 의원의 진영도 ”천 의원이 최근 호남을 겨냥한 무엇가의 움직임에 나선 것 같다. 은근히 고건 전 총리나 한화갑 대표 등의 호남세력을 의식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최근 정계개편의 키워드로 노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으면서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세력을 의미하는 ‘비노(非盧) 반(反)한’ 신조어가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는데, 이 신조어를 천 의원이 구상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003년 열린당 신당 창당 논의 과정에서 이념과 논리 등을 개발하고 이어 열린당의 당헌당규까지 총괄지휘했던 당사자가 천 의원이었던 만큼 이런 논리는 천 의원의 구상이 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비노 반한’ 중심의 정계개편 범위와 성격은 곧 열린당 다수와 고건 전 총리를 포함하는,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적 기반과도 맥이 맞닿아있어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때문에 천 의원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놓고 내년 대선을 겨냥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래서 당 복귀와 동시에 천 의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당 안팎에서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