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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 재보선 후폭풍 속에서 열린우리당이 위기수습책으로 ‘거창하게’(?) 당․청 관계 재정립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근태 의장은 당․청 관계 재정립을 천명하면서 “국민의 명령을 쫓아 비가 새는 곳은 막고 뜯어 고칠 것은 뜯어 고치겠다”고 했다. 당내 초선 의원 28명도 “국민의 눈으로, 국민 속에 두 발을 딛고 선 국정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청와대에 국정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선거참패 책임의 상당부분이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라는 당내 인식에서다.
그러나 ‘이번에도 또 노무현 탓만 하느냐’는 당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열린당은 선거참패 때마다 늘 민심과 동떨어진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지적하면서 당․청 관계 재정립 카드를 들고 나왔었다. 이번에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맞짱도 못 뜨면서 매번 대통령 탓만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선거참패 이후 일정한 공식처럼 돼버린 당․청 관계 재정립이란 카드를 꺼낼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당 위기 해법을 찾으라는 주문이다.
열린당 당원들 사이에서도 대통령 탓만 하는 당에 대해 “한심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당에서는 선거 패배가 민심과 거꾸로 가는 노무현 대통령때문이라고 하는데, 민심이 아니라 열린당 의원들의 마음과 거꾸로 가는 것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기간당원 김인곤씨는 29일 열린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대통령 탓만하고 있는 한심한 열린당”이라면서 “열린당 의원들의 17대 국회에서 그간 한 것이 뭐냐”고 따져 물었다. “지지자들의 뜻을 철저히 외면하고 한나라당과 다를 게 없는 입법이나 추진하고, 쓰레기통에 처넣을 실용만을 외치지 않았느냐”면서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또 “탄핵국면으로 어영부영 떨거지 잡탕들이 들어와 졸지에 배지를 달았으니, 이 인간들이 개혁이 뭐고 지지자들의 뜻이 뭐고 정치가 뭔 줄이나 알았겠느냐”면서 “그래서 지지율이 떨어진 줄은 모르고 대통령만 탓하고 있으니, 참 가관이다. 정말 멀었다. 정신 좀 차리라”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또 다른 기간당원 전완표씨도 “처음엔 청와대가 고마웠을 것이다. 당선된 자신들의 모습이 믿기지 않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뒤엔 어떻게 했느냐”며 “현안에 적극적으로 몸 담그려는 사람은 없고 말 잘하는, 그 말로써 자신을 정당화시키고 자기 몸값 높이기만을 해오지 않았었느냐”고 비난했다. 전씨는 이어 “민심이반이라는 태풍 앞에서 제각기 모두,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럼 지금까지는 누굴 보고 왔다는 것이냐”면서 다그치기도 했다.
기간당원 김수경씨도 “매번 ‘반성한다’하면서 뭘 반성한다는 것인지…, 당이 잘못해서 대통령이 이렇게 됐다는 생각은 안 해 보느냐”면서 “대통령 탓만 하지 말라”고 따끔히 충고했다. 그는 또 “대통령탄핵으로 과반수를 만들어줬음에도 무엇하나 속 시원히 한 것이 있느냐”면서 “무기력하고 아마추어적인 모습에 국민들이 절레절레하는 것이지, 그게 어찌 대통령 탓이냐. 구체적인 정책의 잘못보다 그런 무능한 당의 모습에 화가난다”고 했다. 김씨는 “지지율 떨어졌다고 대통령탈당을 거론하는 열린당, 한심하다”면서 “대통령 탓만 하지 말고, 결벽증환자들처럼 자기들끼리 비판하지 말고 좀 뭉쳐라. 뭉쳐서 뭔가 좀 해내라”고 충고했다.
또 다른 당원은 “청와대가 전해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왜 또다시 청와대 탓만 하느냐”면서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남탓 만 하니 (선거 패배의) 원인을 제대로 찾을 수나 있겠느냐”고도 했다.





